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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역에서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6/10/25 [13:57]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오래 전 떠나버린 것들에 대하여
아스라히 철길 끝나는 곳
한 점 바람이 인다


어딘가에 오고 있을 것만 같은
아스라히 철길 이어지는 곳
선로를 붙잡고 휘어져 온다


무궁화호는 나를 싣고
한참을 비켜서 있다
새마을호 열차를 보내주기 위해서다


누굴 위해 묵묵히 기다려 준 적도
누구의 간이역도 되어준 적 없는
내 선로는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울산서 경주역으로 가는 간이역
기름 떼 묻은 철로목이 등을 내 밀고
찌든 사람들을 업어 건네고 있다


열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계역의 풍경이 멀어지는 동안
좁혀지지 않는 레일간극처럼
한세월 그었을 그리움이 인다  

 

나의 소실점이 시작되는 역사,
시간표 대로 왔다 가는 그 자리
잠시 여운만 남아 있을 뿐,


철컥철컥 이음새 틈 벌어지듯
느슨하게 물러가는 관절 사이로 
녹슨 하루도 저물어간다

 

 


 

 

▲ 이성웅 시인    

경주나 부산을 가기위해 가끔 호계역을 이용한다. 오래된 역사 홈에 서서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려 보면 안다. 오래 전 내 곁을 떠나버린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저런 모습일까. 서서히 휘어져 다가오는 완행열차가 반갑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열차를 타고 있어도 금방 출발하지 않는다. 단선 선로인지라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나 뒤에서 오는 새마을 열차를 보내주기 위해서다. 어쩌면 한 직장에서 묵묵히 몸을 담은 내 모습을 닮아 더 애정을 느꼈는지 모른다. 기름 냄새나는 철로목이 등을 내밀어 완행열차를 한걸음씩 앞으로 밀어 낸다. 낡은 호계역사 풍경을 철컥 밀어내며 나아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떠나보면 인생이 얼마나 지루하고 또한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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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5 [13:5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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