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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 그 이후
 
김용진 화암초 교사   기사입력  2016/10/25 [17:01]
▲ 김용진 화암초 교사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빠질 수가 없는 주제이고, 드라마나 연속극 이야기는 많은 여성들에게 삶의 재미를 극대화 시켜주는 주제다. 그런데 많고 많은 주제 중 요즘처럼 특정 법률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른바 ‘김영란 법’ 이 요즘 세간의 화제 거리다.


시행 첫날부터 대학교 교수에게 학생이 캔 커피를 한 개 건네주었다는 것이 문제가 돼 저녁 뉴스시간에 방송됐다. 이럴 정도로 이 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근무하는 이유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많은 교직원들에게 한 편으로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 속 시원한 법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담은 아이들과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고, 속 시원한 것은 그동안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물밑으로 진행되는 옳지 못한 관계 나눔이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일반 사회와 달리 학교라는 조직은 매년 2월이 되면 그 전년도의 교육과정과 학교예산 등이 정리가 되고 새로운 1년의 살림살이를 준비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3월에 맡게 될 업무며 학년 배정에는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만약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받지 못할 정도로 특정한 누군가가 학년과 업무 배정에서 쉽고 편한 역할을 배정받는 경우가 있게 되면 당연히 그에 따른 소문이 퍼지게 된다. 2월에 시작된 그런 소문은 1년 동안의 학교 내 조직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소문이 소문을 낳듯이’ 점점 이야기가 부풀려 지게 된다. 그런 부당한 청탁이 실제로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면, 명절이나 방학 때는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그동안 명절 전날이 되면 교장실과 같은 곳은 명절 인사(순수한 인사)를 가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손에 물건을 들고 찾아가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OO 학교의 관리자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직접 봉투를 받았다’더라 는 이야기는 그동안의 교직에 있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헛소문이라고만 할 수 없을 만큼 옳지 못한 청탁이며 술자리 접대와 금품을 주고받았던 것 또한 교단의 부끄러운 민낯의 하나였다. 김영란 법의 시행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속 시원하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학교 사회의 부끄러움에 대한 반발심과 반성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5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올해도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편지를 보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김영란 법은 교사들에게는 ‘사이다’같은 법률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속 시원한 사이다 법률도 조금 깊이 들어가게 되면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예전 시골학교 시절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들길에서 뜯어온 달콤한 “삐비풀”을 선물이라며 누런 인쇄용지에 둘둘 말아서 전해준 적이 있었다. 아이들과 국어수업을 하면서 입마다 달콤한 그 잎을 쪽쪽 빨면서 즐겁게 수업했던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전해준 선물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가장 갚진 선물이었다. 오후 늦게까지 수학 문제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집에 가면서 아이가 주머니에서 꺼내 준 사탕 한 알의 맛은 세상 그 어떤 설탕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한 피로회복제였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이제는 아이들과의 이런 작은 행복조차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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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5 [17: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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