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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아래층 산적아저씨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6/11/22 [14:46]

 신문을 펼치고 TV를 키면 참으로 어수선합니다. 그러다 문득 훈훈한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소음에 노출되면 집중이 안 되고 짜증이 나기 일쑤입니다. 특히 아파트 층간 소음은 사회적인 큰 난제(難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층간소음을 둘러싸고 주고받은 초등학생과 윗집 아주머니입니다. 층간 소음을 참다가 화가 많이 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위층에 편지를 썼습니다. 밤 9시면 자야하는데 ‘쿵쾅, 드르륵, 다다다, 쿠구국’ 소리 때문에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끔 거실 전등도 흔들리며, 늦게 자면 엄마께 혼나니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편지 아래에는 화난 자신의 모습까지 그렸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아이들에게 실내화를 신기고 밤에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사과의 의미라며 빵도 같이 보냈습니다.


아이의 ‘진솔하면서도 귀여운 항의 편지’와 아주머니의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은 다정한 답장’이 인상적입니다.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보도가 일상인 상황에서, 보기 드물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입니다.
다른 사례입니다. 2014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 초등학생을 폭행한 주부 박모(48)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박씨는 2월13일 윗집 초등학생의 뺨을 때리는 등 상해를 입혀 기소 됐는데, 초등학생은 이 사건으로 급성 스트레스 반응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이에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어 박씨를 약식기소 하는 대신 정식 재판에 넘긴 사건으로, 앞의 상황과 대조되는 기사입니다.


아주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때입니다. 시골 생활을 접고 직장 때문에 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산과 들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던 남자 아이 둘에게 아파트 적응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밤낮으로 얌전히 걷도록 폭풍 잔소리와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뛰지마!’를 연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아파트 생활에 적응을 한지 3년 후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형제자매를 초대하여 집들이 하는 날이었습니다. 어린 조카들에게 못 뛰게 했지만 아래층 아저씨가 조용히 해달라고 올라왔습니다. 집들이 하느라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아이들을 더욱 조심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근육질의 체격이 좋은 아저씨가 며칠에 한 번씩 올라와서 항의하는 바람에 온 가족이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가족모두 앞발로 살살 걷는데도, 뛰지 말라고 화난 목소리로 항의를 하곤 했습니다.
아래층 아저씨가 초인종을 누르면 “산적 아저씨다!” 하며 아이들이 쏜살같이 방으로 숨었습니다. 심지어 남편까지도 빠르게 피신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하는 일을 혼자 도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가족들이 모두 자고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뛴다며 항의를 하러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자고 혼자 책 읽고 있다며 확인을 시켜주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은 ‘무슨 공사를 하기에 드릴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고도 했습니다. 우리 집에는 공사도 안 하거니와 아예 드릴이 없다고 공손하게 말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아주머니가 그동안 미안했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아파트에 처음 살아서, 소음의 근원지를 무조건 바로 위층으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제라도 오해가 풀린 점과 앞으로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래층에서 손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손녀는 밤 새 울면서 잠을 자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그다지 잠귀가 밝은 편이 아닌데도 아이 울음소리에 잠이 깨곤 했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손녀를 업은 아주머니와 마주쳤습니다. 아이 키우시느라 잠도 못 주무시고 고생 많이 하신다고 했더니, 2층까지 소리가 들리느냐며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많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 이뤄놓은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되도록 이해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때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된다는 교훈은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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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22 [14:4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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