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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낭만이 그리운 디지털시대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6/11/28 [14:44]
▲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모친과 함께 살던 야음동 집에 한 때 한 때 ‘007 퀵서비스’ 간판을 내 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생활정보지에 모집광고를 냈더니 그것을 보고 찾아온 오토바이 라이더 몇 사람이 의기투합해 창립멤버가 됐다. 그래서 근 일 년을 오토바이 위에서 그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며 보냈다. 퀵서비스는 급한 서류를 보내거나 수화물을 부치거나 찾아주는 등 바쁜 현대인의 삶에 긴급업무를 대행하는 일종의 서비스 업이다.


당시 이 업종은 몇몇 업체들과 그 외 자생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난립해 가격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생존경쟁이 치열했다. 수도권에서 먼저 유행하고 보편화됐던 퀵서비스가 울산에도 활성화되던 이 무렵 ‘삐삐’가 유행했다.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리던 빨간색 공중전화에서 전화카드를 구입해 사용하던 공중전화로 바뀔 무렵 각 가정마다 거의 전화기가 보급돼 있었다. 집 전화나 공중전화를 사용해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삐삐의 사용자 번호를 누르면 발신자 전화번화가 표시됐다.


삼성전자의 011로 시작하는 애니콜 휴대폰이 막 보급되던 그때 전화기 부피가 손바닥만큼 컸고, 그보다 작은 시티폰이라는 단말기도 있었다. 시티폰은 휴대폰보다 작았지만 공급업체에서 전봇대에 송수신 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그 인근에 있어야 전파가 잡히고 거리가 떨어지면 수신 감도가 떨어져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그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양분된 국산 휴대폰 업체의 발전은 새로운 기록의 경연장처럼 신제품 출시가 잇따랐다. 팬택이라는 업체는 한 때 업계 2위 자리도 넘보기도 했지만 경영난 속에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혁명에 비하면 옛날은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그 기술의 토대 위에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서 오늘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1980년대 말 전설적인 DJ로서 구수한 목소리의 이종환의 ‘별이 빛나던 밤에’를 등하교하던 만원 버스에서 들었다. 그 무렵 동창생들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손 편지를 전하며 사춘기 불타는 청춘의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고, 공중전화로 몰래 통화하기도 했다. 집안의 대소사나 길흉사를 전보로나 전하던 아날로그의 감수성이 물씬 풍기던 그때 젊은이들은 통기타를 퉁기며 포크송을 불렀고, 유행하던 팝송가사를 외우기도 했다.
박인희 노래가사처럼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던’ 친구들끼리 1박 2일짜리 반짝 캠핑이 유행하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존 웨인의 서부극이 활개를 치며 인기를 끌었고, 특유의 괴성을 지르며 밧줄을 타며 밀림을 누비던 타잔도 꽤 오랜 기간 인기리에 방영됐다.


세월이 지나고 근자에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기기가 주변에서 넘쳐난다. 몇 년간 신문 편집장을 하면서 사진을 수없이 찍었지만 인화해서 액자에 담은 사진은 손에 꼽을 만큼이다. 대부분 카카오톡으로 전송해주거나 이메일로 보내주고, 인터넷카페나 SNS에 올려두면 저장이 될 뿐 아니라 아무 때나 찾아 쓸 수가 있어 편리하다.


필자는 아날로그적 시대를 지나오며 느림의 미학과 낭만 가득한 감수성을 누려왔고, 지금은 생활 곳곳에서 디지털의 엄청난 혜택을 맛보면서 살아간다. 집집마다 연탄을 때고 덜컹거리는 비둘기호를 타던 시절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옛 시절의 추억이 향수처럼 그리운 것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일까. 가을의 끝자락,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은 감들이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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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28 [14:4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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