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 수변공원의 눈 덮인 언덕위로 손 떨림 없이 정교하게 찍어간 오리 떼의 手記를 읽는다
언덕에서 호수로 지워진 행간 위로 촘촘하게 점자로 찍어 간 혼신의 필력,숙련공이다
필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어붙어 놀이터를 찾지 못했는지 긴 목의 각도를 ?표로 세우고 꽥꽥거리고 뱅뱅 돌며 지우고 또 하얗게 서 내려 간다
아직도 열리지 않는 시안에 의문표를 찍으며 시 밖에 서성이는 내 모습 같다
어느 눈발로 찾아 왔는지 저녁 오리 탕에서 나온 다리 헛 구역질이 난다
풀어진 필사를 삼키는 동안 내 울대 속에 활자를 찍었나
울산 도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는 선암 수변공원일 것이다. 맨 처음 이 수변공원을 들러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놀라기도 했다. 특히 주말 짜투리 시간에 솔마루길을 지나 수변공원으로 내려오면 다양한 공연에 푹 빠져 보기도 하고 오리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눈덮힌 겨울의 수변공원은 한 폭의 동양화다. 평소 즐겨 헤엄쳐 다니던 놀이터가 없어졌으니 오리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여 낯설은 풍경에 꽥꽥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아직 미숙한 시안에 허덕이는 내 모습 흡사 닮았다는 생각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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