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에 서 있는 노인들 머리는 백당시기* 되어 겨울 해 저물도록 바스락거리며 얘기를 나눈다
파리한 낯빛으로 서서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일찌감치 세상 밖으로 나온 철모르는 풀 한 포기 노인 발치에 몸을 납작 엎드려 바람을 피한다
손주 생각이 나서 무릎을 접고 살포시 덮어준다 내 자식이면 어떻고 남의 자식이면 어떠랴 찬바람에 감기들새라
초록빛 새순 한줌 살려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
*백당시기: 흰 머리, 백발의 사투리
산책길 옆으로 개울이 흐른다. 하얗게 핀 물억새들이 물가에 줄지어 서 있다. 찬바람이 불적마다 오슬오슬 벌판에서 떨고 있는 노인들 모습이다. 그 옆으로 지나가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왔느냐’는 반가운 인사다. 몸을 옹송거리는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도, 햇살이 잘 드는 발밑에는 푸릇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노인은 무릎을 접어 제 몸으로 찬바람을 막아준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자손을 위한 웅숭깊은 사랑이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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