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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
 
임덕기 시인   기사입력  2016/12/06 [14:43]

개울가에 서 있는 노인들
머리는 백당시기* 되어
겨울 해 저물도록
바스락거리며 얘기를 나눈다

 

파리한 낯빛으로 서서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일찌감치 세상 밖으로 나온
철모르는 풀 한 포기
노인 발치에
몸을 납작 엎드려 바람을 피한다

 

손주 생각이 나서
무릎을 접고 살포시 덮어준다
내 자식이면 어떻고
남의 자식이면 어떠랴
찬바람에 감기들새라

 

초록빛 새순 한줌 살려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

 

*백당시기: 흰 머리, 백발의 사투리

 


  

▲ 임덕기 시인    


산책길 옆으로 개울이 흐른다. 하얗게 핀 물억새들이 물가에 줄지어 서 있다. 찬바람이 불적마다 오슬오슬 벌판에서 떨고 있는 노인들 모습이다. 그 옆으로 지나가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왔느냐’는 반가운 인사다. 몸을 옹송거리는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도, 햇살이 잘 드는 발밑에는 푸릇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노인은 무릎을 접어 제 몸으로 찬바람을 막아준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자손을 위한 웅숭깊은 사랑이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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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6 [14:4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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