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을 보면 또래보다 인지도가 빠르거나 똘똘하다 싶으면 엄마 아빠의 평균나이 30대 후반에 출산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영재(英才) 반열에 올랐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날 때부터 그냥 태어난 영재도 있고, 환경이 만들어준 영재도 있고, 부모가 만들어 준 영재도 존재한다.
흔히들 부모가 사십대 정도에 아이를 낳게 되면 보통 ‘늦둥이’라고 부르고, 부모의 나이가 쉰 줄에 들어서 태어난 아이는 ‘쉰둥이’라 부른다.
일전에 필자도 우연한 기회에 영재발굴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 한 이야기다. 우리가 잘 아는 공자, 판관 포청천, 도울 김용옥과 이중섭 화백은 공통점은 바로 ‘늦둥이’란 점이다. 공자는 아버지 나이 80세 가까이에 낳았고, 김용옥은 큰형과 21세 차이나는 늦둥이였다. 포청천은 친형과 20세나 나이 차이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원 조사결과 전체의 9%에 불과한 늦둥이(출산 당시 엄마 나이 만 35세 기준)가 영재원에 약2배인 18%가 학업중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같은 연구는 영국의 18,000여 개가 넘는 산후(출산)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부모 나이 20대에 출산한 아이보다 30대에 출산한 아이가 인지적, 행동적 발달이 우수하다고 결과가 방증(傍證)한다 하겠다.
하지만 노산(老産) 시에는 기형아위험이 높은 관계로 기형아 검사 등 산모들의 우려는 존재한다. 실제로 다운증후군 위험도가 높다는 분석결과도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왜 늦둥이들 중에 영재가 많은 것일까?
첫 번째 가설은 임신이 힘든 상황인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정과 착상이 되려고 슈퍼 정자와 슈퍼 난자가 만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물학적 이유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 번째 가설인 늦둥이 영재 가정들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고 관여를 많이 한 것이다. 이미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아이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다른 가정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OECD 국가 평균 아버지와 아이가 노는 시간은 1일 평균 48분이지만 대한민국 아버지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은 겨우 3분이라고 한다.
결국 조지 허버트(영국시인)의 “한명의 아버지가 백 명의 스승보다 낫다”는 격언에서 정답을 찾았다. 천재는 엄마가 만든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천재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 정답이다. 결국 늦둥이라서 영재인 것이 아니라 영재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었다. 60년대의 자녀는 단순한 경제ㅤ활동의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금수저’라 불릴만큼 아이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기다.
특히 “늦둥이는 건강 측면에서 위험하다?” 실제 오랜 시간 동안 각자의 누적된 경험, 혹은 과학적 연구의 뒷받침 속에 이같은 명제(命題)가 힘을 얻어왔다. 산모의 노년 출산이 이루어질 경우 자녀에게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과거 제시된 바 있다.
출산을 미룬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환경이 변화한 이후에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가 된다. 이와 더불어 여기에는 이미 한 번 이상 겪었던 육아, 자녀교육 등의 여러 시행착오 끝에 다져진 부모들의 노하우 및 성숙하게 인생을 성찰해온 경험 등이 늦둥이에게 긍정적 기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지혜로운 우리 선인들은 “사람은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 특히 “늦둥이는 제 밥그릇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며, 이러한 명제를 사실화 하였다.
작금은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가 불행 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욕심으로 자신의 재능과 관련 없는 인생을 살게 될 아이가 불행한 세상이다. 혼란스런 교육적 선택의 시대를 잘 헤쳐 나가려면 자녀의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부모의 역할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