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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게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7/01/19 [14:41]

 

누가 빈 나를 지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곧은 양심 잡고 길 나설 수 있을까

 

그분 이름 잊지 않으려 
깡마른 허벅지 꼬집었습니다
잠시 정신 놓친 사이
작대기도 제길 떠나버렸습니다
그분 가는 길 모두 따라다녔습니다
막다른 길까지 어깨너머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곤 다시 업어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바짓가랑이 휘청거리던 보리이삭 피던 날
일곱 새끼 허기진 등짐에도
노고지리 같은 꿈 하나 있어
힘주어 일어서던 당신이 좋았습니다
가난한 양심만 지고 다니던 당신의 길
자신의 아이보다 오래 업어준 고마움으로
지게 짐 맞들었습니다
미어진 등살 땀 고인 날도
서로의 온기로 젖은 냄새가 좋아
같이 일어서고 같이 쉬었습니다
간혹 어깨가 허전하고
작대기 힘없이 기대오는 날
그날은 틀림없이 당신이
좋은 날이거나 아픈 날이었습니다

 

작대기잡고도 휘청대던 때 짐작했지요
당신이 업어준 세월만큼 보릿고개 빈 광
흘겨보듯 혼자 지켜야 한다는 것을
딱 한번 당신을 업어드려야 한다는 것을

  


  

▲ 이성웅 시인    

고향 밀양을 떠나 울산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 명절날 고향집에 찾아가면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아버지의 광 앞에서 묵묵히 날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의 지게를 보면 눈물이 왈칵 솟아지곤 했다  동네에서 양심가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아버지, 칠남매 학비 때문에 한 몸 달도록 일만하시고
호강한번 못한 채 지게를 내려 놓으셨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깡마른 지게, 꼭 아버지를  빼 닮았다. 작대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땀 절은 등받이 헤진 것도 잊고 홀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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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19 [14:4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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