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저항의 진앙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효력을 미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워싱턴주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반이민 행정명령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좌파 성향의 사람들과 솔직한 민주당 의원, 단호한 법무장관이 주도하는 법적 노력,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경계하는 시애틀 지역의 하이테크 기업들의 지원이 결합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120일 동안 모든 난민의 미국 입국을 중지할 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7개국에 대한 미국 입국을 9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을 포함해 전국 공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제인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와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조치를 비난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행명령에 의해 야기된 현저하고 혼란스러운 혼돈과 잔인함이 이제는 이곳까지 왔다"면서 "종교적으로 가장 명백한 형태의 차별이다. 대통령 자신이 무슬림은 바닥에 있고, 다른 종교가 최 상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종교적 차별"이라고 말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2차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 당시 미 정부가 시애틀 해안 베인브리지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일본인 억류자들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던 것을 언급하면서, "나는 베인브릿지 아일랜드에서 두려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았고, 미국인들이 미 전역에서 이를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슬리의 발언은 민주당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동료들로부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주 민주당 소속인 패티 머레이 상원 의원은 "워싱턴이 메시지를 보냈다"고 트위터에 썼으며, 밥 퍼거슨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1월30일 워싱턴 주 정부는 미국 50개 주 중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대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첫번째 주가 됐다.
퍼거슨 총장은 "이 명령은 헌법의 평등 보호조항과 설립조항 뿐만 아니라 적법 절차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단히 말해 행정명령은 불법이며, 워싱턴에서 회복할 수 없는 해를 입힐 것이고, 공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집행남용을 막기 위해 헌법상의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이 좌파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는 것도 이런 저항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38.1%의 지지율을 확보한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54.3%를 득표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는 향후 75 개국에서 5년 동안 1만명의 난민을 고용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트럼프 비판가였던 슐츠 최고경영자는 "드리머(dreamer·미국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에 대한 지지를 되풀이했다. 멕시코와 함께 "벽이 아닌 다리를 짓고", 스타벅스 직원들에게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슐츠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행정부의 행동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잠자코 있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 지역이 여러 정보기술(IT) 회사의 본거지라는 것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대변인은 퍼거슨 총장의 사무실에 행정명령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더 증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 주 소재 업체인 아마존닷컴과 익스피디아도 소송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임원 중 49명이 행정명령에 적시된 7개 국가에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