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메리의 웃음을 기억할까,
도로 위에 꽃피우는 마닐라 소녀 꽃 사세요 꽃 사세요 매연을 헤집고 돋아나는 목청위로 빙긋 미소가 피어 오르지만 아무도 거두어 주지 않는다
고사리 손에 쥐어진 꽃다발,
한 끼의 밥이거나 반나절 피운 희망이다 세상 밖으로 밀려난 예닐곱 종아리 밀봉된 차창을 두들겨보지만 냉랭한 눈빛만이 미소를 흩뿌린다
어둠이 발등위로 부어 오를 때 쯤 막다른 골목길 들어서는 그녀,
다섯 동생 또렷한 눈동자가 밟힌다 허기를 허기로 밀어내고 상처를 상처로 덮는 필리핀소녀 메리 손등에 가시가 돋지만 난 괜찮아요, 씽긋 웃으며 목마른 꽃잎에 이슬을 먹인다
늦은 밤 ‘삼바퀴티 소녀’라는 방송을 시청했다 필리핀 마닐라 어느 빈민촌에서 더 어린 다섯 동생과 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생계를 도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에서 꽃을 팔고 있는 메리를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꽃은 팔리지 않아 시들어 가지만 그녀의 웃음은 시들지 않고 해질녘까지 차 먼지를 마시며 신호 대기중인 차창을 두들기며 ‘꽃 사세요‘를 왜치고 있다. 어둠살이 깔린 집에 돌아오는 길은 바구니 속이 시들은 꽃잎처럼 메리의 속도 까맣게 타 들어 갔지만 골목에 들어서자 동생들이 와르르 달려 나와 언니의 손에 들린 사탕을 받아 먹는 희망에 메리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시든 꽃잎에 먼저 물을 축여주고 난 후 비로소 자신의 마른 목에 한 모금 물을 적신다. 어느듯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