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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이 또한 기쁨 아닌가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7/02/07 [14:07]
▲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입춘이 시작되었다. 지난 연말부터 설 연휴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전화로, 모바일 문자로, SNS로 많은 ‘송구영신’소식을 보내 주었다. 보고 싶었던 지인들의 소식에 적잖은 기쁨을 누렸다. 또 직접 찾아준 형제들, 친지들 그리고 오랫동안 소식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던 지인들을 만났다. 그런 정 나눔에 결코 외롭지 않은 연말과 설 연휴를 보냈다. 


지인들은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정치적, 미래적 불안정성을 화두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오래 가지 못하고 자신들의 소소하지만 진지한 문제들을 꺼냈다. 가장 많은 대화의 주제는 건강이었다. 그 다음으론 자녀들의 진학과 취업 그리고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것이었다. 노후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산하는 계절적으로 입춘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이웃들의 마음엔 아직도 동토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땀과 눈물로 얻은 소득으로 알뜰하게 자식들을 교육시키며 가정을 꾸려온 나의 지인들이 들려준 아프고 쓰라린 사연들. 그 것이 대한민국 모든 동포들에게 퍼져있는 공통된 고통이 아니었을까. 


필자가 지식과 경험이 미천해 촌철살인의 한 줄기 햇살 같은 해답을 줄 수 없음을 지닝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먼 곳에서 나를 찾아와 오밀조밀 땀내 묻은 사연들을 토해 놓은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그들의 시린 가슴, 차가운 손등을 녹여줄 목회자의 따뜻한 위로와 맞잡아 주는 온기가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들의 가슴이 촉촉해지도록 하도록 충분히 끌어안아 주려고 나름 힘써 노력했지만 결국 필자는 너무나 부족한 목회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한 살 더 먹었으니 나이 값이라도 할 수 있는 성숙한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다움’을 회복하고 삶의 자리를 진정한 사랑으로 채우는 것은 모든 목회자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목회자가 성숙하다는 것은 신앙의 연수나 특별한 지위를 쌓는 것이 아니다. 말이 아닌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의 향기를 지니는 것이다. 마음이 공허하고 아파 무엇이라도 붙잡고 울고 싶어하는 이웃들에게 내 손을 내밀어 주고, 얼굴을 파묻고 울 수 있는 가슴을, 등대고 앉아 쉬어갈 등을 내밀어 주는 것이다.


자신의 신발 속에 고통을 주는 작지만 강력한 모래알 하나를 제거해 달라는 그 눈빛을 어찌 외면할 수 있는가. 우리 마을에도 역기능적인 가정이 한 둘이 아니다. 대도시 주변 촌락인 우리지역도 점차 도시화 되어가고 있다. 도심에서 실패하고 밀려나 상처받은 사람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상처 많은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겪어 내야할 짙은 두려움이 흥건하다. 교회가 처한 재정적 현실,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을 들이대며 저들의 고난을 회피한다면 이 땅에 소망의 불꽃은 꺼져버릴 것이다.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지고 순수한 인성이 꽃잎처럼 떨어지는 이 시대가 아닌가.  경제논리가 정치, 교육, 예술까지 뒤흔들지만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내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함께’라는 신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날개를 돋아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자녀, 조카, 질녀들에게 세배 돈을 넣은 봉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예수로”라는 신년 덕담을 써주었다. 하나님은 그 시대마다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과 고통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답이 없을 정도로 많이 흔들리는 현실이지만 오직 예수님의 은총으로 달려보자. 그래서 나는 올해도 내게 주어진 부르심의 사명의 옷을 다시 챙겨본다. 영원한 어린아이인 ‘피터팬’처럼 진실한 사랑의 나눔과 함께 삶을 쫓아가는 나를 30년 넘도록 돕고 힘이 돼준 아내가 보기엔 아직도 남편이 ‘큰 아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준 가족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기도하며 소중하게 준비한 설날 덕담에  어울리는 삶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고 난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보게들, 이 또한 소중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이 시대엔 경제논리를 벗어나 꿈과 비전, 사랑이 꽃필 광야를 찾아 홀로 달리는 한 사람의 돈키호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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