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별의 水式 1(선암 수변공원에서)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7/02/23 [14:29]

  

난 어느 행성에서 온 별인지 몰라 
하루의 고달픈 작업을 마친 이 밤,
물새처럼 사뿐히 호수에 찾아 들지

 

물의 굽이를 생각했을까
서늘한 은하를 헤엄쳐
천천(川天)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 별들
어머니 자궁 속에서 보았던 천체도
저처럼 촉촉하고 고요한 어둠 이었어
호수와 천체가 눈금 맞닥트린 곳
애초 물 불 한 몸이었다는 듯
득음했다는 듯 젖은 문구들 좀 봐
성좌를 수식하는 오리 떼들,
고독한 비문을 은밀히 읽어내며
수기로 긋는 천체의 행간 좀 봐
별의 은신처인  밤의 호수
때론 옅은 빛으로 교신하며
행성의 씨받이가 되어주지

 

물이 물로 될 수 없을 때
물 지느러미는 허공을 꿈꾼다지
빗방울이 흐르지 않는 건
호수의 부피 인지도 몰라
아니 몇 억 광년의 갈증 인지도 몰라
뒤척인 호수의 등짝에 기적이 쌓이고 
모든 지상이 허공에 바둥댈 때
삐끗 이 항구에 투신하는 유성들
호수의 사막을 횡단하는 동안 
초원을 꿈꾸는 유목이거나
우주를 탁본한 거북 등 이거나
무심으로 떠 내려온 내 별 이거나

 

 


 

 

▲ 이성웅 시인    

직장 일을 마치고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가끔 선암 수변공원을 들리곤 한다. 수변을 한 바퀴 돌다보면 수면에 비치는 가로등 불빛과 아득한 하늘의 별들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듯 눈부신 풍경을 실감하게 된다. 어쩌면 힘들고 고단한 내가 이 호수를 찾아든 것과 같이 저 하늘의 별들도 이 호수에서 쉬고 싶은가 보다.  고요한 수면위로 오리 떼들이 유성처럼 천체를 가르고  별들의 고향을 흐트리며 지나간다. 이 순간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내 마음은 호수의 사막을 횡단하는 유목민이 되어 둥둥 떠내려가곤 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2/23 [14:2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