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게 2월은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의 자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더 큰 학년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한 편으로는 뿌듯하면서,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점증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교실에서 함께 생활했던 아이들을 졸업시켜 중학교로 진학시킬 때의 가슴 찡한 감정이며, 코흘리개 꼬맹이였던 1학년 아이들을 2학년으로 진급시키는 것처럼 한 학년 더 올려 보낼 때 느끼는 감정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오는 뭉클함과 함께 ‘좀 더 잘 해줄 수 있었는데...’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에 느끼게 아이들에 대한 감정은 어쩌면 교직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정작 2월에 많은 선생님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다름이 아닌 업무배정과 관련된 것이다. 새롭게 배정받게 되는 업무가 좀 더 ‘교사’로써의 일을 할 수 있는 업무이기를 희망하지만, 모든 선생님들의 뜻대로 진행되기에는 학교로 내려오는 업무의 양이 워낙 다양하고 막대하여 뜻대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난 한 해 울산 교육청이 내 놓은 업무경감 결과 통계를 보면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 보낸 공문의 양은 2015년에 비해 딱 1건이 감소된 1만9천684건이다.
또 단위 학교에서 생산되는 각종 공문서의 양도 엄청나, 2016년 3월부터 12월 사이에 울산 관내 학교에서 생산된 공문서의 양이 162만 3천930건이라고 한다. 그러니 교사들의 입장에서 공문서 생산이 적은 업무를 희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 수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별로 배정된 교육실무원들(교무, 전산, 과학) 도움마저 없어지거나 축소돼 버리면 교사들이 마주치게 되는 업무부담은 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학교 전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배정된 각종 교육실무원들이 일부 학교에서는 ‘관리자들만을 위한 실무원’이라는 우스개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정원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교육업무 실무원들에 대한 전보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월에 전보계획을 발표하고 3월부터 바로 전보시키겠다는 교육청의 시행계획은 교육실무원들의 입장에서도 황당하겠지만, 학교의 입장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업무를 지원해 줄 인력을 조정당해야 할 입장이라 당황스럽긴 매 한 가지이다. 가령, 과학실무원이 전보를 받아 학교를 비우게 될 경우 과학실험에 대한 각종 지원과 실험약품이며 비품 관리는 오로지 모두 교사의 몫이 되어 버리게 된다. 자기 반의 수업을 하면서도 전체 학교 내의 모든 학급의 실험준비며 약품준비까지 담당교사가 하게 된다면 업무 경감이 아니라 업무 가중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전산실무나 교무실무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육업무실무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재배치하겠다는 계획 이전에 단위 학교별로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조정하고 실무원들의 협조를 통해 교사들이 오롯이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몰두하게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이며 전산과 교무실무의 특성과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무원들의 지원으로 교사들의 업무가 경감된다면, 교사들 또한 학생들이 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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