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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충돌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7/02/23 [18:33]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 편집부

 집단적 증오는 켜켜이 쌓인다. 개인적 증오와는 다르다. 좀처럼 해소하기 어렵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더욱 깊어진다. 작은 사건과 우연이 증오의 두께를 키운다. 집단적 증오는 단층선(斷層線)이다. 언제라도 마그마 같은 분노를 토해낼 수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는 같다. 큰 차이라면 예수에 대한 관점 정도다. 이슬람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보지 않는다. 그저 선지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오히려 무함마드를 참된 선지자로 본다.


이슬람은 평화를 강조한다. 인사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대방을 만나면 "앗 쌀람 알라이쿰!"이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뜻이다.
초기 이슬람은 사람의 생명은 물론 나무와 풀까지도 귀하게 여겼다. 무함마드의 후계자 아부 바크르는 초대 칼리프 즉위 후 시리아 원정을 결정했다. 그는 "전쟁 중이라도 인명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부 바크르는 시리아 원정군 지휘관에게 ‘어린이, 노약자, 부녀자를 살상하지 말라. 수목을 함부로 베어내거나 불태우지 말라. 소, 낙타 등 가축을 도살하지 말라.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전통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졌다. 2대 칼리프 우마르는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이교도라고 해도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이슬람은 실천을 중시한다. 믿음과 함께 실천도 강조한다. 바르게 살면 구원을 얻어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을 게을리하지 않고, 라마단 기간 동안 반드시 금식을 지킨다.
이교도와의 전쟁도 중요하다. 유일신 신앙의 태생적 한계다. 성전(聖戰)이라면 기꺼이 목숨을 버린다. 전사하면 곧바로 천국으로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이런 믿음은 더욱 강화됐다.


잇단 충돌 속에 관용은 사라졌다. 적개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특히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증오는 확대 재생산됐다. 적(敵)의 만행을 살육의 이유로 합리화했다.
제1차 십자군 원정대는 1099년 7월 15일 예루살렘을 정복했다. 십자군은 예루살람에 진입하자 마자 무차별적인 학살을 시작했다, 이슬람 교도는 물론 유태인들도 십자군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에서 이교도는 단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심지어 '알 아크사 사원'에 불을 질러 300여 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태워 죽였다.


이런 전쟁은 17세기 후반까지 이어졌다. 1453년 동로마제국 멸망을 전후로 극에 달했고, 1683년 투르크의 빈 침공 실패를 계기로 시들해졌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세력 균형은 18세기 들어 깨지고 만다. 유럽은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유럽은 산업혁명을 전후로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을 크게 강화했다. 이슬람은 더 이상 위협적인 세력이 되지 못했다.


유럽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 자부심을 키웠다. 자유, 평등, 박애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보통선거, 저항권, 노동 및 생계유지의 권리 등 진보적 개념이 등장했다. 프랑스 대혁명에 힘입어 봉건제도는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 혁명은 이슬람 세계에 진정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 세계 최초의 거대한 사상 운동으로 평가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사회는 이런 성취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자신들의 정신적 전통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이 그토록 불쾌감을 표시하는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얼마든지 옹호된다.


하지만 이슬람은 다르다. 종교적 권위에 대한 비판을 조롱과 모욕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여기에 대응해 자기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를 활용, 이슬람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려고 애썼다. 20세기 초만 해도 메카 순례자들은 한 해에 9만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 말에는 2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문화사회가 세계 곳곳에 자리ㅡ잡고 있다. 따라서 생각의 충돌은 보편적 현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생각의 충돌이 집단적 증오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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