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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김재범 도예가ㆍ자운도예연구소   기사입력  2017/03/26 [16:54]
▲ 김재범 도예가ㆍ자운도예연구소    

 휴일 아침인데도 눈을 뜨자마자 뉴스에 눈과 귀가 쏠린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처벌 주장,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관련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주장,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주한 미군 한반도 사드(THAAD)배치 강행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위협, 세월호 1073일만의 인양, 천안함 피격 7주기 등 하나같이 우리 국민들의 아픔과 설움을 깔고 있는 사건들이 심경을 어지럽힌다. 이밖에도 우리의 역사 속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수많은 근현대사의 질곡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의 ‘그림자’가 아닌가? 가만히 곱씹어 보면 우리의 아픔 속에는 너와 나의 책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두고 너와 나 서로가 죽기 살기로 상처를 내어가며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따져보면 위에 나열한 사건들이 어찌 너와 내가 다툴 일들일까?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는 없을까? 머리를 맞댄 사람들의 성장배경과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문제의 사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까? 왜 하필 ‘그림자’일까?


그림자를 떠 올려보면 좋은 것과 어두운 것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좋은 의미는 ‘무의식의 자아’, ‘심층의 자아’, 신비 등을 말하며 반대로 어두운 의미는 그늘의 자아, 근심, 걱정, 번뇌, 어둠, 죽음 등을 상징한다. 그림자는 내 몸과 하나가 되어 늘 붙어 다닌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은 서로 지나칠 때 상대의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자신의 것이 밟히지 않도록 조심한 것도 또 다른 자아와 영혼이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상징성 때문이었다. 부정적 상징으로는 영원의 암흑, 눈에 보이지 않는 심령의 세계, 만물을 차가운 곳으로 끌어들이는 죽음 등을 의미한다.


 그림자 형상은 빛이 잘 들지 않는 물체에 비칠 때 반대쪽에 그 물체의 모양이 나타난다. 빛을 가린 대상물의 모양대로 그림자는 생긴다. 긴 겨울을 지나고 요즘 같은 화창한 봄날 밖에 나가면 그림자는 밝게 생기고, 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물체의 그림자는 짙다. 해가 서쪽하늘로 지면서 일상의 빛은 그림자도 함께 걷어간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그림자도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림자의 사전적 풀이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이다. 빛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다. 우리가 옛 생각을 문득 떠올릴 때 ‘참 그땐 어리석었었지 왜! 그렇게 하고 살았는지 몰라’고 하는 푸념 속엔 이미 그림자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여기서 현재는 빛이고 과거는 어둠이 되는 것이다.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 ‘융(Jung, C, G,)’은 영혼의 일부로서 살아있는 존재로 간주되는 그림자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을 ‘그림자’라는 용어로 표시하였다. 분석심리학에서의 그림자는 글자 그대로 매우 확대 가능한 개념이다. 때로는 ‘융’의 개인적 무의식에 남아 있는 콤플렉스(Complex)로서, 대개 동일한 성(性),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투사되어 마치 남들에게 있는 열등한 성격 경향처럼 인식된다. 인간은 누구나 그림자를 지니고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림자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안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이를 소화 시켜나가는 일이다. (출처: 한국문화상징사전)


문제가 이러하듯 논리력으로 풀려고 하면 설명이 안된다. ‘융’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앞의 열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자’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의식은 그림자를 억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무의식의 그림자를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에게 투사해서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비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감정이나 인접국가 간, 인종 간의 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는 집단 공유의 그림자를 서로 다른 집단에 투사함으로써 자기 마음속의 그림자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흔히 겪는 일중엔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부분에서 상대가 버럭 화를 내는 경우’는 자신이 상대방의 억압되었던 ‘그림자’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므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는 ‘왠지 어떤 사람이 미워지거나 그 사람 이야기만 나와도 화가 날 때’, 그 사람을 욕하는 이유가 자신의 ‘그림자’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치유가 가능하다.


분석 심리학자들은 꿈을 분석해 ‘그림자’가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지를 추론 하는데 ‘꿈은 반대’라는 말이 있다. 이는 꿈이 의식의 보상작용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따라서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는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대방무우(大方無隅) 큰 네모는 귀퉁이가 없고,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 진다. 대음희성(大音希聲) 큰 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대상무형(大象無形)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기막힌 수사가 아닐 수 없다.

 

미학적 의미와도 일맥이 통한다. 동양미학에서는 그림자를 여운으로 남겨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름다운 건물과 건물 사이 그림자는 시간의 여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국악에서 음은 소리와 소리 사이의 쉼을 소리 그 자체보다 중요시 했다. 그만큼 호흡을 중요시 하고 있다. 들숨과 날숨의 조화 속에서 쏟아내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그 쉼은 감상자로 하여금 숨이 멎을 것 같은 여운으로 심성을 가득 채워주기 때문이다. 여운은 상상력을 촉진하여 연상효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제는 우리가 긴 호흡으로 큰 미래를 내다보아야 할 여운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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