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구석 대바구니에 담긴 퇴직 날 받은 안개꽃 지나 온 시간이 안개처럼 모인, 그 일생이 통째로 담겨 있다
멈춘 시간으로 거실을 차지한 후 물기 사라진지 오래, 고개 숙인 쪽잠이 가물거리며 왔다 간다
꽃잎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사람들 햇살 내린 곳마다 입술이 마르고 꽃잎 사이 잔주름이 가득히
바스락 앉았다가 지구 별에서 꽃 피운 삼십 년 숨찬 시간들이 일어나는 햇살 팽팽한 오후
한 계절이 가고 다시 새봄이 왔다. 퇴직 전부터 남편은 퇴직을 하면 뭘 할까 막연히 고민도 해 보지만 뚜렷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퇴직 날 받은 꽃바구니 물기 마르기도 전, 삶이 무료하다. 자유가 있으나 자유롭지 않다. 햇살 맑은 날 거실에 앉아 잠깐 쪽잠이 왔다간 사이 그가 걸었던 삼십 년이 담채화처럼 다녀간다. 올해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목련은 피고 새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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