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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어떤 만남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7/04/18 [13:53]

 

▲   하 송 시인

2월에 귀를 얼얼하게 만드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은사님을 뵙는 자리에서, 근무하던 학교의 근무기간이 만기가 되어서 새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자가 근무하는 학교를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도 되고 꽃도 피는 4월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4월이 되자 휴일을 맞이해서 다른 제자 2명과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꼬불꼬불한 재를 넘고 40여분을 달려서 드디어 깊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학교에 도착을 했습니다.


큰 냇물을 끼고 있는 학교 담장 옆으로 벚나무가 병풍처럼 줄을 서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화사하던 벚꽃이 이틀 동안 내린 비에 대부분 떨어지고 연초록의 잎사귀가 수줍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에는 벚꽃이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땅을 환하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여린 벚꽃이 아플까봐 밟지를 못하고 비켜서 걸어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치 동화책의 풍경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하시며, 몇 년 된 학교인지 연혁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계면쩍은 웃음과 함께, 근무한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서 중등 교사를 거쳐 박사로서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신 선생님께서는 못마땅해 하시며 나무라셨습니다.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가 몇 년 된 학교인지 역사는 알고 근무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교정을 거닐던 다른 일행을 만났습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혹시 이 학교와 관련이 있냐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제자가 이 학교로 부임을 해서 둘러보러 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반색을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타 지역에 살고 계셨습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하고 올해 90대의 연세에도 허리도 꼿꼿하고 건강하시게 보였습니다. 옆에 계시는 분을 가리키며 집사람이 이 학교 출신이라서 방문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1년이면 몇 번씩 휴일을 이용해서 아들과 함께 집사람의 모교에 찾아온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부부 뒤에는 인상이 좋은 중년의 아드님 둘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90대 연세로 건강이 안 좋으신 듯 말씀이 없으신 어머니께서도, 모교의 교사를 만난 것이 반가우신지 미소를 띤 채 오랫동안 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큰 느티나무가 있고 그 옆에 오래된 벚나무가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연초록의 새잎부터 눈부시게 울창해서 모두들 감탄을 하면서 우러러 봅니다. 그런데 벚나무는 오래된 고목으로 볼품이 없습니다. 윤기가 자르르 하던 갈색의 몸통은 까맣고 칙칙하게 변한 채 모양까지 울퉁불퉁 하고 비틀어져있습니다. 나무를 다듬느라 가지가 잘려 있어서 더욱 까맣고 비틀어진 몸통이 부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자 몇 개 남은 가지에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부임하신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씨의 여교장선생님께서, 잘리고 남은 몇 개 안 남은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고목 벚나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께서 그 벚나무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원래 학교에 벚나무가 많았다고 합니다. 학교 전체가 온통 봄이면  화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시름을 덜고 웃음을 주던 벚꽃동산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자 일본에 치를 떨며 사람들이 벚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때 벚나무가 무슨 죄가 있냐면서 누군지 말려서, 마지막 한 그루를 베지 않고 남겨두었던 나무가 지금 이 나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까지 볼품없고 흉측하게 느껴지던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갑자기 소중하고 애틋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미 꽃이 거의 진 다른 벚나무에 비해서 이 고목나무는 아직도 연분홍의 화사한 꽃을 제법 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낡고 오래된 것보다는 예쁜 것과 새 것을 더 좋아합니다. 고난, 끈기, 인내는 격언이나 자기 계발서에서 찾기 쉽고, 즉흥적이며 눈에 보이는 화려한 영상에 익숙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은사님께서는 다음 일정으로 자리를 옮기신 후에도 그 어르신과 가족에 대한 여운을 깊이 간직한 채 부럽다는 말씀을 계속 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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