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도자`라고 쓴 기자들(7)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사회부 사건기자로 일하다 회사 내규에 따라 순환근무제가 실시되면서 나는 그 무렵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석간신문이 나오는 오후 1시까지 편집국 안에서 일하다 보니 중앙정보부에서 나온 기관원의 움직임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방(方)이라는 성을 가진 그 40대 남자는 중앙정보부에서 상당히 힘을 쓰는 직위에 있다고 했다. 10월 유신이 발표된 날부터 그는 편집국장의 책상머리와 정치부를 비롯한 취재부서, 그리고 특히 편집부 데스크 앞에서 아예 살다시피 했다. 편집국장, 부국장, 편집부장과 함께 신문 대장을 보면서 이 기사는 줄이고 저 기사는 아예 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이 아닌 지시를 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젊은 기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드러내놓고 항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편집부 기자들은 기관원이 그렇게 사전검열을 한 대장을 들고 서울 시청에 자리 잡은 계엄사 공보장교들에게 검열을 받으러 가야 했다. 군인들은 빨간 펜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난도질하곤 했다. 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기사는 한 줄도 보도하지 못하는 반면에 계엄사령부의 발표문이나 정부당국이 배급하는 해설기사는 토씨 하나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대서특필해야 했다."

 

그러나 기자 개개인이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외치기에는 현실적 환경이 너무 엄혹했다. 권력의 요구를 거부하고 맞서 싸우려면 해직과 감옥살이는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각오해야 했다. 더욱이 고참 기자들이나 간부급 중에는 정권의 강압에 치열한 고뇌는커녕 이에 고분고분 순종하고 적극적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보신과 영달에나 골몰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면이 어떻게 나올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을 발동해 국회 해산, 정치활동 금지, 전국적 비상계엄령 선포 속에 밀어붙인 유신헌법이 통과되자 조선일보는 1972년 11월23일자 사설 <새 역사의 출범-유신헌법안 확정의 의의와 평가>에서 '새 역사의 아침'을 맞는 벅찬 심정과 '뛰어난 영도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대담하게 기술한다. "우리가 안고 있던 비능률과 국력의 분산과 각종 낭비와 퇴폐 등 부조리는 10월유신을 계기로 제동이 걸렸고, 국민투표에 의한 유신헌법안의 확정으로써 그것들은 완전히 역사적 폐기물로 화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 역사의 아침을 맞았다. 역사적 문제의식과 사명감에 불타는 박 대통령의 영단에 의하여 태동된 10월유신은…(중략). '조국의 통일과 민족중흥의 제단 위에 모든 것을 바친' 그의 뜨거운 애국심과 뛰어난 영도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성원의 발현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은 12월27일 <역사적 유신헌법 공포와 제8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이란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유신질서 확립을 위한 신념이 덕과 능력과 비전을 겸비한 정치가로서의 지도력을 통해 이 나라 이 사회에 깊게 그리고 넓게 구현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제 안정과 번영과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역사적인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 위대한 전진을 위해 우리는 범국민적인 총화대열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국민들에게 역설했다. 같은 날 서울신문은 <통일과 번영을 우리는 확신한다-제8대 대통령 취임식에 부쳐>란 사설에서 "여기에 무슨 왈가가 있고 왈부가 있으며 회의가 있고 주저가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유신의 주체로서 역사적 사명감과 확고한 신념과 행동철학을 신조로 하는 박 대통령을 구심으로 우리 세대의 역사적 과업에 뜻을 모으고 땀을 같이 흘려야 할 것이다"라며 "박 대통령의 신념과 멸사봉공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제8대 대통령으로 박 대통령이 취임함을 커다란 기쁨으로 반기는 것이다"라고 일말의 의심도 용납지 않는 뜨거운 환희를 아낌없이 표출했다.


 
기사입력: 2017/06/19 [14:25]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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