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마저 해체되는 시대의 국가 공동체
 
정호식 학성교 교사
 
▲ 정호식 학성교 교사    

 주말에 가족끼리 오랜만에 식사를 같이 했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간 뒤로는 가족들이 함께 만나는 일이 손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부모와 형제자매들끼리도 일 년에 서너 번 정도밖에 만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중ㆍ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도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챙겨서 각자 출근하기 바쁘다. 저녁에도 학원 수강이야, 야간자습이야 밤늦게 들어오니 씻고 자기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부모도 맞벌이가 많아지니, 주로 주중의 식사는 급식으로 해결하고 주말에만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대가족 제도가 해체된 지는 오래 되었다. 이제 핵가족 제도도 해체되어 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 공동체는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가족 구성원들끼리는 만남과 밀접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구성원 중의 한 사람이 곤란한 지경에 처하면 다른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곤 하기 때문이었다. 서너 명밖에 되지 않는 가족끼리도 만남의 횟수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만남 없이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27.2%로 나타나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녀들의 각종 학원 수강,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 맞벌이 가정의 증가, 수도권 인구 집중, 청년 실업의 증가 등이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 학교나 직장 단위의 공동체도 해체된 지 오래인 듯하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전통적인 마을의 붕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무한 경쟁, 성과급제, 연봉제, 노동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등이 이러한 공동체 해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상대 평가와 등급제로 인해 개별화되어 가고 있다. 교사들은 교원 평가와 성과급제 등으로 인해 공동체로서의 연대감과 결속력은 줄어들고, 협력적인 교육 활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족이든, 마을이든 각종 단위의 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공동체의 붕괴에 따라 그 이전에 비해 사람들의 우울증, 불안감, 외로움, 스트레스, 각종 정신 질환이 많아진다면 이런 현상은 부정적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의 내용을 보면,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새로운 변화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인류의 유전자가 공동체의 해체를 지향하고 있다면,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아니, 부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현상일 수 있고, 새로운 삶의 패턴이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무리에서 이탈하게 되면, 생존에 위협이 되고, 농경 사회에서도 공동체 안에서 협업을 해야 효율적인 일들이 많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 살아도 생존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긴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에서 혼자 살아도 생존에 별 문제가 안 되는 그 바탕에는 현대 과학 기술 외에 국가라는 공동체와 국가적인 복지, 교육, 의료, 치안 등의 시스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단위의 공동체는 해체되어 가는데, 국가 공동체는 공고하다. 오히려 더 굳건해지는 것 같다. 17세기에 홉스는 국가를 ‘리바이어던(수중 괴물. 악어)’으로 명명하고 있다. 리바이어던은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지상 최강의 괴이한 동물로, 국가 유기체를 비유한 것이다.


홉스는 국가 이전의 자연 상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즉 무질서와 전쟁의 상태라고 본다. 따라서 국가야말로 문명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클라스트르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던 상태를 문명사회로 보고, 국가가 야만의 상태라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주권은 국가에 양도되어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개개인의 의사를 일일이 물어서 할 수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하는 일은 개인에게 법과 공권력으로 강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언제든지 노예의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고 무국적 상태로 살아갈 수도 없다. 사회 계약론에 따르면, 구성원들 간의 계약에 의해서 국가가 형성된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계약 여부를 묻는 절차는 없다.


최근 들어 “이게 국가냐?” “이게 국가다.” 등 국가의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이나 칭찬의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국가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증거이다. 오늘날 국가는 신에 버금가는 절대적인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문명이 되느냐, 야만이 되는가는 국가에 주권을 양도한 국민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사입력: 2017/06/19 [18:3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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