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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회>스물 한 살의 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06/25 [15:13]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 구실을 할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던 막내가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털을 밀어버리고 현관문을 들어서며
민망한 듯 머리를 만진다
제 깐에도 머리가 허전한지 자꾸만 머리에 손이 올라간다
알전구 같다고 생각했다
삼파장 램프가 판을 치는 세상에 알전구야 어디
명함이나 내 밀겠는가
기껏해야 알전구는 백열등이 되어
시골 화장실 아니면
전봇대에 매달려 생의 한 모퉁이를 비치고 있을 뿐
뒤집어 보니 그게 어디 기껏 인가
야밤에 밀어내기를 할 때 빛나는 알전구를 바라봐야
무섭다는 생각이 밝아지지 않았던가
생의 한 모퉁이가 어둑어둑 저물어 올 때
전봇대에 매달린 알전구가 뿜어대는 빛은 또 얼마나 큰 위안이었던가
머리털도 코밑 털도 여지없이 당한 것이 아니다
스물 한 살의 털
그 털을 밀고 군대에 가는 것은
한 근의 고기를 위하여 도살장으로 끌러가는 소가 아니라
투우장으로 나가는 이마가 단단한
뿔 없는 뿔이었다

 


 

 

포유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털이 없다. 우리 몸 중 약 3kg 이르는 피부는 신경세포의 수용체로 차있는 촉각 기관이다. 촉각은 인간이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각이자 다른 기관이 퇴화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이다. 만약 인간이 파충류나 갑각류처럼 단단한 피부를 가졌다면 지금처럼 촉각에 예민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피부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털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거나 런닝구 하나를 걸친 시골 할머니들이 맨 몸의 어린 손자를 업음으로서 피부 접촉이 많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란다. 뇌가 마음을 관장하는 것처럼 피부는 마음의 상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접촉위안Contact Comfort’으로 피부 접촉 행동을 통해 뇌에서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행복하고 안정된 기분을 끌어낸다는 이론이다. 접촉위안의 힘은 내가 남을 쓰다듬어 주거나 만져줄 때나, 남이 나를 쓰다듬어 주거나 만져줄 때나 똑같은 효과가 있다. 털 없이 이루어지는 피부접촉을 통한 온기야말로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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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25 [15:1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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