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비에 뒤집혀진 접시, 식기 건조기에 꼬들꼬들 말리고 싶어
어제는 상하이 곡예단 보다 많은 색색의 접시를 돌리며 손 떨림 없이 햇살 닦아 내더니 오늘 아침, 찌푸린 한 접시 엎질러버린 형색이다
언제부턴가 힘들어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접시를 돌리기를 시작했지 어찌나 서툴고 미끄럽던지 쨍그랑, 발등에 접시꽃이 피기도 하고 짜그락거리다 금이 간 적도 있었지
접시가 손끝에 팽팽 돌아갈 즈음 살가운 주부습진이 달렸지 닦아드릴 마음 없이 정갈한 상 기대하지 못하듯 찌푸린 오늘 아침, 하늘 한 접시 닦아내고 싶어
출근길 병영성을 지나다 간밤의 비에 주렁주렁 엎질러진 접시꽃을 보았다. 꼭 내 심정 같아 살포시 접시를 뒤집어 봤지만 돌아선 여자의 마음같이 다시는 웃지 않았다. 집사람에 환심을 사 보려고 설거지를 도우려다 쨍그랑, 접시를 몇 개나 깨트린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 해님이 솟아오르면 접시꽃은 다시 웃고 있겠지. 그래 내가 더 배려하고 다가가면 아내의 표정도 밝아지겠지……. 출근길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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