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군함도, 영화와 실제 사이(3)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기사입력  2017/08/17 [15:59]

 

▲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나가사키조선소 가서 첨에 한 달 교육받는데 부소장이라 카는 사람이 우리한테 와가지고 `우리 조선소 와가지고 여러분들 기분이 어떠냐. 우리 조선소는 동양에서 최고 가는 조선손데, 전쟁 안 났을 거 가트면 한국 사람이라 카는 거는 도저히 일할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우리가 내선일체니깐, 너희들은 우리 회사에 온 걸 큰 영광으로 생각해라` 이러더라고."(김성수ㆍ1925년생ㆍ부산 용호3동)전시 때의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도 가동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를 지나 30여 분 더 배로 이동한 뒤 다카시마(高島)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선박으로 갈아타고 군함도, 곧 하시마(端島) 로 향했다.

 

다카시마에서 5㎞쯤 떨어져 있는 이 섬은 나가사키 징용자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작업장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잔인한 폭력이 육지와 철저히 고립된 광부들을 사투의 나날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외관상으로도 극도의 황량함이 섬 전체를 감돌았다. 보통 섬을 둘러싸고 자라는 울창한 숲이 이 섬 주변에는 없다. 모래가 깔린 해변조차 볼 수 없었다. 수목이 자라지 않는 불모의 섬. 오직 시멘트로 싸 바른 10m 높이의 방파제가 섬과 바다의 경계를 두르고 있어 자연이 아닌 인공 섬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섬 전체가 탄광으로 개발된 곳. 바닷속 지하 곳곳으로 수백 m씩 갱도를 파내려간 전형적인 해저탄광이다. 미쓰비시광업은 다카시마탄광에 이어 1890년 하시마탄광을 인수했다. 이곳 석탄은 순탄발열량이 높고 유황, 인의 함유량이 적은 최고급 탄으로 주로 제철이나 선박용으로 쓰였다. 일제가 전쟁에 광분하면서 하시마탄광은 채탄량을 증가시키라는 심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그대로 올가미가 돼 조선인과 중국인 노무자의 목을 조였다.


이곳에는 조선인 징용자 500명, 중국인 전쟁포로 200여 명이 강제노역에 종사하고 있었다. 몇 명 남지 않은 하시마탄광 생존자 가운데 박준구(1920년생ㆍ전남 순천시 장안리)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징용 갔더니 하시마에 있던 사람들이 `아이고, 당신들도 고생혀. 여기 온 지 3년 됐는데도 안 내보내줘서 이러고 있어. 여기 들어오면 못 나가요` 그래. 그 소리를 들응께 아이고메, 우리는 다 살았네, 아주 포기를 했어요ㆍㆍㆍ. 월급이 어디가 있어, 월급이? 밤낮 일만 하고. 식사라고는 주먹밥, 요만씩한 놈을 두덩이 줘. 그래서 탄광에서 워메, 우리 한국이 그렇게 좋았구나 싶은 생각이 나고. 말도 못해. 안 죽고 살은 것이 천운이지." 심지어 오호츠크 해 불모의 섬이었던 러시아 사할린 내 탄광으로 끌려갔던 징용자가 다시 일본 본토 최남단 규슈 지역 탄광으로 `전환 배치`를 당하며 군함도로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한 번도 감당하기 어려운 강제동원을 혹한(酷寒)에서 혹서(酷暑)라는 극과 극의 전혀 다른 환경 속으로 두 번째 당해야 했던 조선인들 심정은 `이제야말로 죽는구나` 이것이었다. "거기서 어디 뭐 폭탄이 떨어지면(미군 전투기의 잦은 공습 폭격을 일컬음) 내빼야 되는데 섬이 되다 보니까 내뺄 데가 어디 있습니까, 헤엄쳐 나갈 수가 있습니까. 다카시마도 그렇고 하시마도 그렇고. 이제 죽었다ㆍㆍㆍ. 어찌나 벼룩이 많던지 밤새 뜯기고, 참 죽을 고생을ㆍㆍㆍ. 그래가 영양실조 안 걸리고 살아 왔는 게, 참 내 명이 길다고 생각합니다."(문갑진ㆍ1918년생ㆍ1941년 사할린 에스토루 기타코자와탄광으로 동원됐다 1944년 8월 일본 나가사키현 소재 미쓰비시광업 산하 하시마탄광에 전환 배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8/17 [15:5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