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숙원 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기재부의 예비 타당성조사에서 1점 만점에 0.16점을 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투입되는 돈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그동안 그럴듯한 `군불`을 왜 지폈는가. 사업 규모도 정부 입맛대로 이리저리 줄였다.
산자부가 처음 산업기술박물관을 서울 용산에 세우려고 했을 때 추산했던 예산규모는 약 1조원이다. 원안대로 추진됐으면 그와 비슷한 크기로 서울에 건립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울산의 반발이 잇따르고 지역 대선공약에까지 포함되자 서울을 포기하는 대신 규모를 4천500억원선으로 하향 조절했다. 그러다가 울산 건립이 확정 단계에 들어서자 `용산說`을 다시 지피면서 2천500억원 규모로 줄일 것을 울산시에 넌지시 제안했다. 그러다가 `차ㆍ포 떼고` 다시 2천억원 대로 줄였다. 이러니 어느 누가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돌이켜 보면 산박 유치로 울산 시민들이 우롱당한 측면이 한둘이 아니다. 한 때 예비당성 조사 통과 가능성이 알려져 울산시가 미리 추진위원회까지 꾸렸다. 한편에선 실무진을 꾸려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공약사항에다 정부가 `불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니 가능성을 확신하고 모든 시민들이 이제나 저제나 결과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사업회피를 위해 `사업 타당성을 전 국민에게 설문 조사 하자`는 꼼수를 부릴 때도 숙원성취를 위해 많은 시민들은 이런 황당한 제안을 못 들은 체 했다.
울산시가 `여건이 성숙되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게 좋을지 모른다. 될 일이었으면 이전 정부나 현 정부가 이렇게 뜸을 들이고 진을 뺐겠는가. 현 정부도 산박 울산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정부 출범 100일만에 공수표를 날렸다.
그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票가 눈앞에 날아다닐 때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약속했다가 집권하면 오리발 내미는 게 정치권의 속성이다. 결국 `대통령의 약속이니 한번 믿어 보자`고 했던 울산시민들만 허허롭게 됐다. 대신 한번 속지, 두 번 속지는 말자.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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