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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영화와 실제 사이(4)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기사입력  2017/08/20 [15:20]
▲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징용자들은 매일 12시간씩 2교대로 노동했다. 승강기를 타고 수직갱도를 내려가 굴착장에 도착했다. 비좁은 막장에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운 채 탄을 캐곤 했다. 매일 책임 출탄량(할당량)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나올 수도 없었다. 노무감독들은 모두 곤봉 모양의 몽둥이를 들고 다녔다. 1944년엔 기시 노부스케(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외조부) 당시 통상산업대신이 직접 시찰을 나왔다.

 

그는 "여긴 전쟁터다. 적을 물리치기 위해 더 열심히 탄을 캐라"고 생산력 증대를 지시했다(패전 후 그는 A급 전범이 됐다). 이 섬은 멀리서 보면 군함 한 척이 바다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일본인 사이에 하시마라는 본명보다 `군칸지마(軍艦島)`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섬에 최대한 근접해 보니 과연 그랬다. 전체적인 지형도 그렇지만 그 위로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와 학교, 채탄시설들이 거대한 군함 형상을 이루고 있다.


군함도는 동서로 160m, 남북으로 약 480m 길이에 둘레 1.2㎞, 면적 6.3㏊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그럼에도 탄광 개발이 진전되면서 한때 5300명이 거주해 일본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구로 꼽혔다. 좁은 터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상주시키기 위해 7∼10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 1944년까지 10여 동 세워졌고, 거기엔 주로 일본인 광부와 직원이 거주했다. 조선인 노무자들은 아파트에서 떨어진 두 동짜리 조악한 건물에 따로 수용됐다.

 

건물 창문에는 전부 쇠창살이 쳐 있었고, 부근에는 10m 높이의 감시탑이 있었다고 한다. 전쟁포로로 잡혀온 중국인들도 있었는데, 이들 역시 별도의 숙소에 수용됐다. 섬을 반 바퀴 돌아 반대편 측면 쪽으로 접근하자 접안시설이 있는 부교 뒤편으로 컴컴한 동굴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시바타 사무국장이 알려줬다. "저기 보이는 문이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서 `지옥문`이라고 불렸지요." 그것은 지하 700m까지 내려가는 해저탄광의 입구 가운데 섬 안에서 제일 큰 것이었다.

 

광부들은 거기서 철망으로 만든 승강기를 타고 까마득한 땅 밑 막장으로 내려가 절망과 싸웠다. 이들의 숙소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건물이라고 해도 창고보다 나쁘고, 바닥에는 썩어서 퉁퉁 불은 다다미가 깔려 있었으며,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는 쓰레기통을 뒤적일 때나 나는 악취가 진동했다. 인간의 주택이라기보다 돼지우리에 가까웠다. 벼룩과 모기로 인한 고통은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한 방에 25명씩 잤어. 크기가 학교 교실 한 칸 만 하대. 벼룩이 그렇게 많은 건 세상 처음 봤네. 아주, 이 벌판에 걸어가면 뛰어 올라와 아주. 기숙사에서도 침대를 이렇게 높게 만들어 놓고 잤어. 그렇지 않으면 자지 못해. 깨물어서. 땅에 시커멓게 있지. 그런 놈의 데는 처음 봤네."(양승우ㆍ1923년생ㆍ강원도 인제군읍 가리산리ㆍ1944년 8월 오카야마현 미쓰이조선 다마노조선소에 동원) 특히 탄광 동원자들의 경우에는 목욕탕에 대한 증언이 자주 나온다.

 

영화 <군함도>에서는 소지섭과 김민재(노무계) 간의 격투 신 배경으로 등장해 목욕탕 자체의 상태엔 주목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해서는 국내 문학사상 처음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작가 한수산의 소설 <까마귀>에 잘 묘사돼 있다. 나가사키와 하시마 탄광을 주 무대로 한 한수산의 이 작품은 치밀한 현장 취재 및 방대한 자료 수집을 통해 2003년 해냄 출판사에서 다섯 권짜리 대작으로 선보였다가 지난해 창비에서 <군함도>로 개정 출간됐다.

 

"우석은 젖은 머리를 털며 `된장국` 속으로 텀벙 들어섰다.먹는 된장국이 아니다. 욕탕의 대형 욕조 속으로 들어서는 것을 된장국에 들어간다고들 말했다. 이 물이 이게 욕탕 물이냐? 미소시루(된장국)지. 묵은 때를 불리거나 더운물에 피로를 빠지게 하기에는 너무 더럽고 걸쩍지근할 정도로 거무튀튀했다. 수많은 인부들이 채 탄가루가 가시지 않은 몸으로 욕조에 들어가는 것이 원인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워낙 물이 부족한 시설로써는 탕의 물을 자주 갈아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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