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10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흰머리 제자들이 전화가 와서 빨리 오라고 야단이다. 레쿠리 선생이 보고 싶어서……. 3개월 만에 만남이다. 방학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꽃단장하고 가장 예쁜 옷으로 입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문 입구에서부터 얼싸안고 웃으면서 보고 싶었다며 그동안의 그리움을 모두 풀어낸다. 안 본 사이 아파서 살이 빠진 제자도, 방학 동안 아들 집에서 호강하고 왔다던 제자도 모두 모두 사랑스럽다.

한 시간의 수업을 끝내고 다음 주를 기약하며 다음 수업을 위해 또 길을 나선다. 11시부터는 복지관 수업을 한다. 얼굴이 빨개질 만큼 웃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행복해한다. 1시에는 주간보호 센터 수업이 있다. 치매로 인해 자신의 이름도 모르지만, 수업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예쁜 레쿠리 선생님이 주는 밝은 미소를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들이다.

2시에 경로당 수업이 있었다. 첫 만남이라 아직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면 그들이 먼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남학생(흰머리 제자)들은 큰 소리를 내어 "어이!" 하고 호응을 해준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넘었다. 옷을 갈아입고 여성회관으로 향한다.

방긋 웃으면서 "쌤~ 반가워." 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환영해 주는 나의 늙은 학생들. 내 마음은 제자들을 향한 사랑으로, 감사로 가득합니다. 수업이 많아서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사랑스러운 제자들의 아낌없는 사랑으로 마음만은 풍요롭다. 오늘도 그들의 사랑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이 글을 쓴다. 

"하나님, 제가 무엇인데 이런 사랑을 받을까요? 당신께서 저들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들을 통해 친히 주시는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요."

"피곤아, 가라! 행복아, 와라!"

▲ 김순애 한국실버레크레이션 교육원 원장

1년에 200회 이상 행사를 하고 200회 정도의 강의를 합니다. 늘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만의 파라다이스, 보물섬 같은 실버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만날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의 분칠을 해주고, 입술에는 호탕한 웃음의 루즈를 발라주고, 마지막 남은 열정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손잡을 수 있도록 그 거친 손바닥에 꿈을 쥐여주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늘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찌 이리 이쁘노. 우리 예쁜 레쿠리 선생.” 실버 친구들이 저를 ‘레쿠리 선생’이라 부르는 것은 레크리에이션이라는 말이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 말이 너무 길어요. 그냥 레쿠리 선생이 좋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10년 동안 예쁜 레쿠리 선생이라 불리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꿈과 비전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등지는 날까지 즐거워하며 좋은 세상 나들이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