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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영화와 실제 사이(5)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기사입력  2017/08/21 [15:08]

 

▲ 김호경 뉴시스 사회부장    

"욕탕에 대한 불만은 그래서 인부들의 가장 큰 불만의 하나로 늘 팥죽처럼 끓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으니 이 짓이라도 하는 거지, 어느 놈이 이 물에 씻고 싶어서 씻는다더냐ㆍㆍㆍ." `지옥섬`에서의 탈출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많은 조선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했다. 바다에 뛰어들어 무모하게 헤엄쳐 도망가다 빠져 죽고, 도중에 일본인 노무관리자들에게 잡혀 맞아 죽기도 했다.


일제 강제동원 실태를 앞장서 고발했던 서정우(2001년 별세)는 생전에 이런 증언을 남겼다. "열네 살 때 하시마로 징용됐습니다. 나는 매일 급속도로 쇠약해져 갔습니다. 그런데도 일을 쉬면 감독이 와서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마구 구타를 했습니다. `예, 일하러 나갈게요`라고 말할 때까지 린치를 당했습니다. 제방 위로 멀리 조선 쪽을 보면서 몇 번이나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동료 중에 자살한 사람이나, 육지로 헤엄쳐 도망하려다 빠져 죽은 사람이 40∼50명 있었습니다." 다카자네 대표와 시바타 사무국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선인 피폭자 문제, 나가사키조선소와 다카시마탄광, 하시마탄광 강제연행자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왔는데, 특히 1986년 군함도 한구석에 버려져 있던 `매화장인허증`(埋火葬認許證)을 무더기로 입수해 그곳에서 사망한 조선인이 1925년부터 45년까지 총 122명이고, 그중 강제동원기인 1938∼45년 사망자가 56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지역 관청이 발급하는 이 매장ㆍ화장 공문서에는 각 사망자의 신원, 사망일시, 원인, 매장 또는 화장 여부 등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조선인들 사망원인이 `병사` `익사` `발육불량` `역병` `변사` `자살` `추락에 의한 뇌진탕` `두개골 골절` `매몰로 인한 질식` `두부타박상` `복부내장 파열` 등으로 기재돼 있다. 자료를 직접 검토하면서 조선인들이 어떻게 비명에 갔는지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도망가다 물에 빠져 죽었거나 노무계에게 린치를 당해 숨진 조선인들의 한 맺힌 사연들은 이런 건조한 의학용어 속에 은폐돼 있다.

 

하시마는 1974년 폐광된 이후 거주자가 모두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완전한 무인도로 남았다. 남은 건물도 몹시 낡은 데다 일부는 무너져 내려 거대한 잿빛 폐허를 이룬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는 동안, 그리고 한국 정부와 시민들이 과거사에 눈을 감는 동안 참혹했던 강제동원의 진실은 망각의 늪으로 깊숙이 잠겨갔다. 거의 바닥까지 가라앉을 뻔했던 역사의 진실이 대중의 눈높이까지 수면 위로 인양되는 데 영화 <군함도>가 큰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영화의 긍정적 덕목이야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겠지만, 며칠 전 설레는 가슴으로 집 근처 극장에 들렀다가 정작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는 실망감이 상당했음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대부분을 섭렵한 팬임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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