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학물질 공포증 (chemical phobia)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기사입력  2017/08/27 [14:32]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우리가 주로 먹는 먹거리와 사용하는 생필품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따른 피해사례가 거듭 야기되며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일명`케미컬 포비아(chemical phobia : 화학물질 공포증)`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악몽이 채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살충제 계란`과 `유해 생리대`문제가 파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유해 생리대 파문은 당장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성단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즉각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피해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손해배상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지난 주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집단손해배상청구 준비모임 회원 수가 2만 여명을 돌파했다고 전해졌다.

 

당분간은 화학물질에 대한 높은 위기의식이 유지될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정부도 후속 조치에 발 빠르게 나서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매를 지원하는 해당제품에 대해 환불ㆍ교환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가습기 살균제`사고나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보여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갈팡질팡하는 문제해결 방식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민들의 소비성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일부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이나 사용 후기를 꼼꼼히 따지는 `체크슈머(Check-Consumer)`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특정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뒷받침해 줄만한 연구 논문 등은 국내에 전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똑똑한 소비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일들이 터질 때 마다 제조사들의 도덕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일차적으로 안전성과 유해성을 검증하려는 절차나 노력을 소홀하게 하지 않았나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전에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도 충분할 만큼의 검증 없이 시장에 내다 팔아왔다는 방증일 데니 말이다. 국내에 참고할 만한 연구사례가 적거나 당국의 뒤늦은 검증이 뒤를 잇는다면 유사사고는 불 보듯 뻔하다. 제조사들의 사전 검증이 당연히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피해가 발생된다면 소비자는 그 피해를 입증해 내는 마루타가 되는 셈이 된다. 일찍이 우리사회는 1970년대, 옹기에 광명단을 사용하고,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썩어 큰 파동을 겪은 일이 있다. 당시 일부 옹기제작에서 큰 의심 없이 납이 매용제(媒熔劑 : 잿물, 유약을 빨리 녹이도록 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고, 그 결과 완성제품에서`납(Pb)`이 검출돼 문제가 되었다. 이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은 실로 엄청나, 전국의 옹기점이 문을 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옹기를 제작할 때 잿물(釉)을 입혀서 1200℃ 불에서 가마 크기에 따라서는 약 일주일가량 불을 지펴서 구워내게 된다. 많은 인원과 많은 연료가 들어가는 고단한 과정이었다. 그 수고를 덜기위한 방법으로 납(Pb)이 사용되었고, 굽는 온도는  낮아지고 굽는 소성시간을 줄여 연료를 아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와 맞바꾼 광명단 파동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했다. 이후 우리 생활문화에 플라스틱 사용이 넘쳐나며, 검증 없이 화학제품에 친근한 인상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산업구조로 봤을 때 플라스틱 제품을 양산해 내는 회사들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 셈이다. 옹기산업은 그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서 기사회생한다. 몇 해 전 2014년 봄으로 기억된다. TV프로그램 `불만제로 업(UP)`이라는 코너에서 국내 `도자기 제품에서 납이 검출되었다.` 는 내용이 방송을 탔다.

 

언급된 제조사는 물론 도자기 공예 종사자들이 한때 홍역을 치룬 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용출검사 방법과 검증 장비가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유야무야 되었지만, 그날의 상처는 악몽처럼 살아있다. `도자기`라는 이름은 `도기(陶器)`와 `자기(瓷器)`가 합쳐서 생겨난 말이다. 굽는 온도에 따라 달리 불리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도기`는 1100℃이상, `자기`는 1250℃이상에서 소성(燒成)된 것을 말한다.

 

특히 `자기`는 흙속에 모든 광물질을 태우고 자화가 되어 흡수율이 0.5%미만으로 아주 위생적인 그릇이 탄생한다. 도자기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그릇들은 불의 심판을 거친 `자기`들로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해도 좋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소비하기에 앞서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세는 권장해 마땅하다.

 

그럼에도 일부 검증을 빙자한 무분별한 추측이나 공인된 검증체계를 거치지 않은 조사결과를 공표하는 일도 신중을 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자기반성이 없었거나 합리적인 의심 없이 성장한 측면이 있는 기업문화에도, 긍정적인 대변화와 발전의 발판을 다지는 윤리경영이 자리 잡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8/27 [14:3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