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72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로 얼마 전 광복절 경축식 행사 때 아주 특별한 애국가 제창이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제 강점기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오희옥 애국지사가 `독립군 애국가`를 무반주로 불렀기 때문이다.그 모습은 통상적인 국가기념식 애국가 제창하는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진심과 세월이 담긴 목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리 역사상 가장 기뻤던 순간이 바로 8ㆍ15 광복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본다. 우리 역사상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경술국치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8ㆍ15 광복절은 잘 알고 있지만, 경국국치일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달력에도 수첩에도 특별히 표시가 되지 않는 날이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한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경술국치는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제에 양여함을 규정한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공포한 경술년(1910년) 8월 29일을 일컫는 말이다.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에서 경술국치라고 부르며, 일제는 조선의 국권을 침탈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일합방, 한일합병 등의 용어를 썼으며, 국권피탈이라고도 한다. 반만 년 한민족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한나라에 의해 멸망한 고조선, 당나라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 강화도에서 몽고군에 항복한 고려, 그리고 조선의 청나라에 의한 삼전도의 굴욕 등 나라를 빼앗기거나 속국이 된 사례는 과거에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예들은 침략국의 지배지역 외에는 우리 민족의 다른 주권국가가 존속되었거나, 지배를 받을지언정 외형상 주권국의 체면은 유지하였으니 경술국치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간교한 일제의 무력과 이완용 등 을사오적의 농간 앞에 대한제국의 황실은 이렇다 할 대처를 할 수 없었고, 5백여 년 사직을 허무하고 치욕적으로 끝내고 말았던 것이다.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에서 경술국치는 우리 민족에게 사상 유례가 없는 치욕스러운 날인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우리는 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는지 냉철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분들께서 목숨을 바쳐 순국으로 되찾은 대한민국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힘들게 지킨 이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전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하신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날이 되어야한다. 일찍이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불행한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여 온고지신으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경술국치라는 치욕의 역사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과오를 바로 잡아, 향후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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