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안방마님` 강민호(32)가 후반기 부진을 털어내는 솔로포로 의미있는 기록을 썼다.
강민호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7회초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냈다. 승부의 추를 롯데 쪽으로 확 기울게 만드는 중요한 솔로포였다.
이날 양 팀 선발 송승준과 함덕주가 나란히 무실점 투구를 선보여 6회까지 지루한 `0`의 균형이 이어졌다.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상대 구원 김승회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6구째 시속 143km짜리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강민호의 홈런으로 균형을 깬 롯데는 8회 손아섭의 희생플라이와 최준석의 적시타, 이대호의 투런포로 대거 4점을 더해 승부를 갈랐다. 7월 이후 부진에 허덕이던 강민호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홈런이기도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재취득하는 강민호는 이날까지 111경기에서 타율 0.282(386타수 109안타) 20홈런 59타점 47득점을 기록했다. 정상급 포수 다운 기록이다.
당초 전반기까지 강민호의 방망이는 더 뜨거웠다. 전반기까지 79경기에 출전한 강민호는 타율 0.305(275타수 84안타) 17홈런 47타점 40득점으로 활약했다.
7월 이후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 타선이 전반적으로 활발한 타격을 선보여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7월에 나선 21경기에서 타율 0.214(70타수 15안타) 1홈런 5타점 4득점에 그친 강민호는 8월 들어서도 타율이 2할3푼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날 잠실 두산전에서 5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강민호는 이날도 결승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후반기 부진을 털어내는 홈런으로 강민호는 3년 연속 20홈런 달성에 성공했다.
2015년 타율 0.311 35홈런 86타점 63득점, 2016년 타율 0.323 20홈런 72타점 65득점을 기록한 강민호는 올해에도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역대 32번째 3년 연속 20홈런이지만, 포수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수가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것은 현역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린 박경완 현 SK 코치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하던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달성한 것이 유일하다. 강민호가 역대 두 번째인 셈이다.
수비에서는 강민호의 존재감이 더욱 크다. 올 시즌 김사훈이 백업 역할을 하지만 강민호와 기량 차가 워낙 크다.
강민호는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등 젊은 롯데 투수들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적잖은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테랑 투수들과 `찰떡 호흡`도 자랑하고 있는 강민호는 이날도 송승준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끌었다. 6회까지 `0`의 균형이 이어져 자칫 무실점 투구를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할 위기에 놓인 송승준에게 승리를 선사한 주인공도 강민호다.
강민호는 "홈런을 노린 것은 아니다. 타석에서 노림수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가볍게 공을 맞히자는 생각이었다. 경기 전 감독님이 다리를 드는 동작이 급하다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