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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행복을 찾다
 
류위자 외솔중 교장   기사입력  2017/08/31 [17:52]

 

▲ 류위자 외솔중 교장    

여름방학 동안 잠간 소백산 산행을 다녀왔다. 소백산 주변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다. 구비 구비 산허리를 돌아 해발 689m에 위치한 죽령휴게소에 도착해 산행준비 완료하고 연화제2봉 대피소를 향해 출발하였다. 기온은 20도 안 팍, 안개가 자욱하고 안개비가 내리고 있는데 4.5km의 시멘트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도로의 80%이상 야자매트가 깔려있어 길과 수목을 잘 보호하고, 걷기에 매우 좋아 1석2조 기쁨을 맛보았다.

 

2시간 이상 걸어 도착한 연화제2봉 대피소는 해발 1357m로 백두대간 4번째 코스였는데 소백산 강우레이더관측소도 가까이 있었다. 오후 늦게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온도가 17도까지 떨어졌다. 담요를 빌려 도솔봉방의 88번, 89번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어라, 남여 혼방이네. 특별한 경험으로 신기했다. 히터로 따뜻해진 방은 아늑하였다. 오후 6시 쯤 취사장에서 라면, 햇반, 고추장, 김으로 만찬을 즐겼다. 처음 보는 동행이 눈인사와 함께 뜨거운 숭늉을 건네주어 넉넉함과 따뜻함을 즐겼다. 할 일이 없어 그 시간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일찍 까지 11시간을 쉬고, 깨고, 자면서 `무위`를 즐겼다.


다음날 아침 바람이 더 세고, 비까지 내렸다. 안개도 더 심해지고. 그런데 남편은 기상악화로 더 이상 갈수 없다고 계속 말했다. 주위를 살폈더니 산행 출발팀도 1팀만 나섰다. 아무리 말려도 막 무가내로 나서자 남편은 2.7 km 떨어진 연화봉까지 만 가자면서 간단한 짐만 꾸려 따라 나섰다. 너무나 고즈넉한 산행길, 아무도 없어 무섭기도 하였다. 비 줄기는 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했지만 도 하는데 바람과 안개는 여전했다. 8시를 조금 지나 1383m의 연화봉에 도착했다. 소백산천문대가 있는 곳이어서 길이 대부분 포장된 덕택에 걷기는 쉬웠다.

 

아름다운 자연과 숲에 매료된 우린 큰 갈등 없이 7km 떨어진 비로봉까지 가기로 의기투합하였다. 그런데 비로봉 탐방로로 접어드는 순간 길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신작로였는데 그 지점부터는 완전히 자연그대로, 고른 산길이었다. 숲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했다. 인적도 없는데다 돌길 왕복14km이었고 저체온도 걱정됐다. 서로 의지하며 말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연화봉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위치한 제1연화봉 가는 길은 폐쇄돼 있었다. 비로봉 가는 길은 비바람과 한치 앞을 볼수 없는 운해로 뒤 덮여 있었다. 절벽에서 굴러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웠지만 바람으로 안개가 잠시 흩어질 때 살펴보니 절벽이 아니고 산이어서 다시 전진하였다.


대략 10시 쯤 드디어 1439.5m 비로봉에 도착했다. 마침 8ㆍ15 광복절이어서 비로봉 정상에 준비해 간 태극기를 꽂았다. 숙소에서 먼저 떠난 한 팀, 3식구를 만났다. 3식구 모두놀랄 정도로 신선하고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어떻게 저런 미소가 나올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대견함, 뿌듯함, 성취감과 자연이, 숲이, 산이 주는 신선한 에너지가 그런 미소를 머금게 했을 것이다. 또 세상사 근심에서 벗어나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환한 미소를 만드는 휴가, 자신이 대견스러워지는 휴가, 행복해지는 휴가. 산행 경험자는 모두 `너무 좋다`고 답한다. 우리나라처럼 누구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산이 야트막해 누구든지 오를 수 있다. 산행은 자연의 초청이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니 산행은 본능이며 본성인 것이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연에 품에 안기고 싶어 한다. 완전히 젖은 옷, 질퍽질퍽 등산화, 떨어진 간식, 아픈 다리와 발바닥, 그래도 행복감이 밀려 왔다.

 

마음과 정신이 치유되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내려오면서 산을 오르는 몇 분을 더 만났는데 모두 매우 행복해 보였다. 어릴 때 익히 보았던 많은 들꽃, 물기 머금은 이파리를 다시금 봤으니 안개 때문에 경치를 볼 수 없었다고 불평하지 않겠다. 보이는 것이 적으면 근심도 줄어들지 않는가. 그래서 세상의 근심을 덜어주는 짙은 안개에 오히려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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