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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떠나는 부모님 효도관광
 
이금희 언약의 교회 담임목사   기사입력  2017/09/03 [16:11]

 

▲ 이금희 언약의 교회 담임목사    

필자는 8월 29일 고래바다여행선을 승선한다고 일주일 전에 예약했지만 이틀 전 통보가 왔다. "예약취소"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십중팔구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풍랑이 심하게 일어 배가 뜨지 못하나 봐요?" 그것은 틀린 대답이며 정답은 인원미달이다. 한 번의 승선인원이 50명 이상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출항하지 못한다. 그 다음 날은 출항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고래바다여행선을 타려면 날짜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 만에 떠나는 부모님 효도관광으로 가족나들이를 계획했지만 갑작스런 일정변경으로 고래바다여행선은 타지 못했지만 장생포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기실 부모님 효도관광의 명칭도 이제 바꾸어야 할까. 올봄에 부친이 돌아가시고 모친만 남은 탓에 어머니 효도관광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부친의 부재가 가족들에게 상심은 되지만 6.26전쟁을 거치며 군에 몸담아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아버지는 86세의 고령이었다. 육군 중령의 부대장으로 예편해 나름대로 멋진 인생을 살았지만 결국 육체의 병마라는 마지막 전투에는 부친이 백기를 들고 말았다. 부친은 어머니를 만나 1남 3녀의 가족을 후손으로 남겼다.


부친의 수십 번이 넘는 전출로 어머니에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정들면 이별`이라 그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모친은 유달리 옷이나 스카프, 가방, 모자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에 집착하게 습관이 몸에 배버렸는지 모른다. 그 자녀들은 장성해 또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며 세대의 전승을 잇고 있다. 한편 부친의 소천이후 모친은 기억력 인지장애로 현재 요양원에 모셔져 있다.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면서 가장 큰 고통이 배우자와의 사별이라는 통계를 보았다. 부부는 수년을 혹은 수십 년을 같이 한 이불을 덮으며 동고동락하는 일심동체요 가족구성원의 최소단위인데 그 지근거리의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부재는 헤아릴 수 없는 절망이요 상심이며 좌절인 것이다.


이때 가장 큰 위로는 아무래도 가족들의 토닥거림이며, 살붙이들의 알뜰살뜰한 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치유로 작용하게 된다. 그 다음은 세월 즉 시간의 흐름만이 약이 된다. 모친의 경우 수년 전부터 차츰차츰 깊어진 인지장애가 차라리 가장 큰 특효약이 될지 가늠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별리를 가슴아파하며 참고 견디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인생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로 기억나지 않으니 아파할 것도 없는 것이 축복인지 안타까움인지 자식 된 입장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울산대교가 바로 마주보이는 장생포회센터에서 부모님이 몇 차례 식사를 같이했는데 오늘 모친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주인아주머니가 기억을 반추시키니 그제야 다녀갔던 기억을 찾아냈다. 오늘 우리 가족들은 부친의 부재를 대신한 일가족들이 함께해서 모친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오빠는 회사에 출근해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이 모친과의 행복한 데이트를 즐겼다. 아직 가벼운 발걸음으로 잘 걸을 수 있는 어머니는 자녀들의 그런 모습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노년의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절반을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오늘 우리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고래문화마을에서 옛날 가난했던 시절 고래잡이로 영화를 누렸던 그 시절의 정겨운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각자의 삶의 터전이 있기에 일박하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부리나케 달려와 저녁나절 부리나케 달려가는 하루 만에 끝난 가족여행이었다. 그러나 아직 자녀들을 잘 알아보고, 아직 잘 먹을 수 있고, 아직 잘 걸어다닐 수 있는 모친 때문에 행복한 가족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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