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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청춘들에게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7/09/04 [18:01]

 

▲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필자는. 막내 아이를 제법 멀리 내다본다며 특목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일반 인문계고의 실제 수업의 질이 어떤지를 딸의 진학을 통해 경험한바 있어 그렇게 결정했었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의 문제가 아닌 학교 밖의 문제가 목을 콱 조여 왔다. 상상도 못했던 탄핵정국을 통해 갑자기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前) 정부와 다른 대안들이 정책으로 입안되고 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학부모로서 얼마나 큰 혼란을 겪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변화될 사회상을 예측하고 공부해야 되는데 지금은 그 변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가느냐도 지연, 학연, 혈연이라는 3대 연고주의가 아직도 뿌리가 튼실한 한국사회에서 무시 못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본인의 적성과 능력 등등 고려한 전공분야도 매우 중요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인문계 특목고에 진학한 아들이 선택해야할 전공분야가 바로 취업이 가장 안 되는 최악의 분야라는 것이다. 정밀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산업구조가 수출주도형 국가이고 제조업 중심이라 이공계열 출신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소위 수도권의 최고 명문대라는 5-6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들다는 것이다. 2014년 이후 소위 100대 기업군에서 인문계 출신 대졸사원을 전혀 뽑지 않고 이공계열만 뽑는 경우만 있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생긴 유행어가 "문송합니다"란다. 아들은 심리학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노인심리와 노인복지를 더불어 공부하고 곧 초고령사회가 될 우리나라에서 노인문제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 현실은 심리나 상담을 공부한 후 취업시장은 어떠한가? 바늘구멍 취업시장이라고 전공자조차 추천하지 않았다.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아들이 진학상담을 했지만 답은 결국 하나였다. 비록 인문계지만 교차지원을 하더라도 대학은 이공계열로 가라는 충고가 많았다. 그 밖엔 인문계열로 취업 시장이 조금 열리는 경영, 경제 분야에 올인하라 는 것이다. 소수의견으론 신문방송계열로 진학하고 로스쿨로 가는 것 또 아니면 학부부터 외국유학을 가는 것 등을 제안 받았다. 그리고 모든 공통점은 나의 취미와 적성 보다는 시장이 요구하는 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취업은 현실이고 생존의 문제이기에 환상적 생각은 버리고 냉철하게 접근해서 일단 취업의 문을 뚫어보자는 것이다.

 

투입하는 학자금, 그리고 많은 시간과 열정 이에 대비 취업시장의 호응도가 낮은 인문분야 공부를 추천하는 진학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한국 교육의 맹점과 취업시장의 강점을 위해서라면 외국유학도 추천해 줬다. 실제로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방 도시인 울산에도 다니는 고교의 내신과 전혀 관계 없이 준비하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내 대학과 외국 유학 가운다 하나다. 그 다음은  취업시장이 요구하는 전공학과냐 아니면  취업논리를 내려 놓고 적성을 고려한 전공학과이다. 물론 시대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바른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가난한 목회자인 아비로서 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아픔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아들이 공부하길 원하는 분야가 왜 죄송하고 머리를 긁어야 하는 것인가? 마음이 아프다. 팍팍 원하는 대로 밀어 줄 수 없는 아비가 되어 진짜 아프다. 하지만 길이 없다면 길을 열어 가는 것도 또 나름의 보람 아니던가?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이니 시장의 수요에 휘둘지 않는 소신선택을 밀어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상처가 전혀 없는 사람, 고난이 전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 그렇다면 상처를 안고 고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심리학, 상담학을 공부하려는 아들을 취업이란 경제논리로 말려야 할까? 아니면 춥고 힘겨운 길인 것을 미리 알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이고 소신이라면 밀어줘야 할까? 나도 씨름의 마지막을 끝낼 결단을 해야 한다. 아들아!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너와 동일한 고난을 겪으면서 이 땅에서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 소수의 경제적 승자보다 90%의 상대적 패자를 위해 너의 삶과 지식을 쓰고 싶다면 아비는 너를 축복하고 싶다.  길이 없지만 너만의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는 열정이 만들어낼 장엄한 삶의 여정을 아빠는 보고 싶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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