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의 파도타기를 유연하게 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일상 보다는 신선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편인데도 얼마 전 만난 후배가 보기에 나의 전매특허인 생기발랄이 좀 감소가 되었는지 깜짝 선물을 들고 서프라이즈 방문을 했다. 정말 오랜 만에 받아 보는 귀여운 리본이 달린 사각 통에 "언니, 지난번 보니 언니가 약간 기가 죽은 듯해서 서프라이즈 선물드려요. 늘 당당한 게 언니 매력인 것 알지? 별거 아니지만 내 맘이라고 생각하고. 언니를 사랑하는 금애가"라고 귀여운 폰트 글씨체로 자동차 모양의 주황색 메모를 첨부한 선물을 들고 왔다.
같은 청사 안에 있어도 사실 본청과 의회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도 않음에도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는 마주칠 일이 잘 없는 편이다. 별거 아니라는데 `과연 무슨 선물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분홍색 사각 통을 연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정말 갖고 싶고 받고 싶었던 예쁘게 반짝반짝 빛나는 팔찌가 얌전히 누워 있었다. "언니는 언니 돈으로 이런 거 안 사잖아?"라는 금애. 그러고 보니 용흥동에 같이 근무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고 돌아 같은 본청에서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가족들에게는 정말 헌신적이면서도 막상 나 자신을 위한 투자는 좀 아끼는 편이었고 특히 보석류는 거의 없는 편이다.
결혼식 때 남편에게 받은 결혼 패물만 남았고, 신혼 초에도 내 목이나 손에는 그 흔한 반지나 목걸이 하나 없이 50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를 먹는 탓인지 보석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작년에 동유럽 여행 갔을 때 처음으로 거금 12만 원을 들여 스와르보스키의 팔찌를 산 기억이 새롭다. 선물이란 과연 받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힘들어 보이는 상대방에게 선물만큼 용기백배 힘을 주는 매개체도 없는 것 같다.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이 난다.
델라는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억지로 흥정하여 귀 볼이 빨개지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 1달러 87센트를 들고 내일이 바로 크리스마스인데 사랑하는 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인생이란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자신에게는 눈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우울한 생각을 한다. 이들 부부에게는 두 가지 보물이 있는데 하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고 또 하나는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 내려온 시계 줄이 없어서 무용지물인 남편의 금시계다.
평소 그녀의 머리카락을 참으로 사랑스러워 한 남편 때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시계 줄이 없어서 금시계를 하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백금으로 된 시계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그녀는 그토록 아끼던 무릎까지 내려오는 탐스런 금발을 팔고 남편 또한 아내를 위한 선물을 사고 싶은 마음에 아끼던 가보 같은 금시계를 팔아 치렁치렁한 아내의 금빛 머리카락을 예쁘게 묶어 줄 머리핀을 사는 어리숙한듯 하면서도 무척이나 순박하고 고귀한 사랑에 대한 선물 이야기다.
사랑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버리는 것인 것 같다. 순수한 사랑의 징표들을 보노라면 약간은 어리숙하고 순박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메마르고 각박한 인생길에 자신을 알뜰히 살펴봐 주고 기가 죽어 날개 꺾여 힘들어 할 때 누군가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면 그 따스한 손을 잡지 않을 이 없고 그 감동의 향기는 오래도록 진하게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상처 입은 날개 치료 해 주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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