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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이 죽음을 부르다
 
김은수 웰빙&웰다잉 센터 공동대표   기사입력  2017/09/06 [18:51]
▲ 김은수 웰빙&웰다잉 센터 공동대표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인 자살과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한 것이 작년쯤 이다. 그런데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마광수 교수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어제 접했다. 충격적이다. 특히 그의 죽음이 우울증과 생활고의 어려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시대 변화 속에서 예술과 외설이라는 간격 안에서 존재했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자유와 일반 대중이 수용하는 사회질서 그리고 관습이 그에게 전과자라는 멍에를 씌워 죽기 전까그를 큰 상실감에 빠지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서 비롯된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이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자작 사자성어 `이허수명(以虛受命)`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마음을 비우고 천명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마 교수는 "그 천명이 기독교의 여호와 신이든, 불교의 부처님이든, 아니면 그저 막연히 하늘의 뜻이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종교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한테는 그저 광범위한 의미로서의 자연쯤 되겠다"며 초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이해했다면 이 말은 `주어진 삶을 그대로 수용한다`쯤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소위 `노인 인구`라고 하는 65세에 이르면 마 교수처럼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 된다. 노인이 자살을 택하는 것은 절망감 때문이다. 마 교수처럼 모든 것을 버린 뒤 절망감이 느갸지면 삶을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노인들은 몸이 병들었을 때, 궁핍해졌을 때, 가정에 불화가 있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10대는 성적이나, 부모와의 갈등에 자살을 생각하고, 20대는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회적 지위와 지식층이라고 다를 것 없이 우리는 누구나 늙고, 아프다. 사람이 늙으면 몸이 아픈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문제는 상실의 고통을 무시하는 사회적 시선이다.

 

우울증이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큰 요인임을 감안할 때, 심리ㆍ정서적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사회를 위해, 개인의 위해, 충분히 고생한 노인의 어렵고 힘든 처지를 위로하고 지원할, 사회적 장치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학자들은 무기력, 외로움, 무력감 세 가지를 역병으로 본다. 자크 라캉 정신 분석 학자는 무력감을 `경제적 궁핍은 타인의 도움을 기대 할 수 없는 고독감을 준다.` 라고 보고 있다. 지역사회와 이웃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현역의 노인이 필요한 사회를 만들어 새로운 활기를 되찾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사회 환경과는 다른 예술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왕따로 전과자에서 다시금 명예 회복을 통해 복직 된 마 교수이다. 하지만 퇴직 후 개인의 상실감에, 우리 사회가 덧 붙여준 상실감까지, 쉽지 않았을 고통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일깨움과 함께 남은 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의욕적인 노후를 맞이할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의 성찰 또한 요구 되는 사안이다. 노인의 경제적 궁핍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신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세대별로 나뉘어 맞춤별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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