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의 선동 외교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치밀한 준비는 역사를 만든다. 우연도 작용하지만 이런 우연조차 준비된 것일 때가 많다.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의 결과를 우연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독일의 통일이다. 비스마르크 프로이센 총리는 외교를 독일 통일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적(敵)을 최소화하거나 고립시키는 동시에 우방은 늘렸다. 비스마르크는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상대를 속이는 것은 물론 여론 선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은 비스마르크의 속내를 의심하면서도 어느새 그의 장단에 춤을 췄다.

 

19세기 유럽은 특정 국가의 세력 확대를 경계했다.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체득한 안전보장책이었다. 세력 균형은 평화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평가됐다. 강대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수시로 합종책(合從策)을 동원했다. 프로이센은 1866년 6월 쾨니히그레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에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독일 통일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프로이센은 `로 키(low key)` 전술을 취했다. 궁극적인 목표가 `북(北)독일 연방` 수립인 것처럼 위장했다. 독일 통일을 입에 담았다가는 즉시 반(反)프로이센 전선이 형성될 게 뻔했다. 마침내 때가 왔다.


스페인의 이사벨 2세가 폐위되자 프로이센의 레오폴트 왕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그라몽 외무장관에게 레오폴트의 스페인 왕위 계승을 저지하도록 명령했다. 레오폴트가 스페인 왕좌를 차지하면 프랑스는 프로이센과 스페인 사이에서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라몽 외무장관은 해외에 오래 거주했지만 국제정치 경험은 많지 않았다. 언어도 거칠었다. 프랑스인들을 즐겁게 할지는 몰라도 유럽의 반(反)프랑스 정서를 촉발했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유럽의 균형을 유지하고, 프랑스의 영광과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완급을 조절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프로이센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라몽은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에게 전문(電文)을 보냈다. 스페인 왕위 계승 포기 약속을 다짐하지 않으면 프랑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점잖게 위협했다. 비스마르크는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았다. 전문의 내용을 편집한 후 유럽 언론에 공개했다. 전문 원본은 최소한의 외교적 예의는 갖췄지만 언론에 공개된 전문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빌헬름 1세의 뺨을 후려갈기는 듯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전문 날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독일인들은 민족적 굴욕감에 치를 떨었다.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와 프로이센이 전쟁을 벌이면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反)프로이센 진영의 뷔르템베르크, 바이에른, 바덴 등은 일제히 프로이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반(反)프랑스 정서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프랑스는 침략자, 독일은 피해자로 비춰졌다. 영국은 중립을 보장했고, 러시아는 프로이센 지지를 선언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은 전쟁에 돌입했다. 프로이센은 세당 전투에서 나폴레옹3세를 비롯해 10만 명의 프랑스 장병을 포로로 붙잡았다. 프로이센을 비롯한 독일 연방 국가들은 1871년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독일 제국 건국을 선언했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때로는 동맹국조차 기만한다. 잠재적인 적국(敵國)이라도 온갖 수단을 통해 적대적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게 만든다. 스탈린 사망 후 소련과 일본의 관계 개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의 공작 때문이다. 일본이 무리한 요구를 제시함으로써 쿠릴열도 반환 협상을 깨트리도록 유도했다.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의회에서 제동이 걸릴 때가 많다.


중국의 외교력 덕분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운영하는 컨설팅업체 `키신저 어소시에이츠`가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력 균형이 깨진 만큼 외교를 통해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할 상황이다. 4강(强) 대사마저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공신으로 채워지자 거센 비판과 우려가 쏟아진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다르다.

 

비판에 그쳐서는 안 된다. 힘을 보태야 한다. 외교도 전쟁처럼 총력전을 필요로 한다. 문재인 정부의 `그라몽`을 우려할 게 아니라 `비스마르크`의 지혜를 빌려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진보만의 나라도, 보수만의 나라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조국이다. 마키아벨리는 "나라를 보존하기만 하면 어떤 수단이든 명예롭다"고 말했다. 지금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때다.


 
기사입력: 2017/09/13 [14:59]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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