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첫 여성 사령탑 맞대결이 배구계에서 성사됐다.
하지만 정작 당사들은 무덤덤했다.
이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아닌 다른 남자 감독들처럼 한 팀의 수장으로 평가받길 원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17 천안 넵스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경기가 열린 지난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 양팀 벤치에는 모두 여성 사령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막 감독으로서 첫 발을 뗀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벤치를 지켰고,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박미희 감독은 작년과 다를 바 없는 열정적인 동작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에서 여성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이 감독이 버틴 현대건설의 3-0(25-22 29-27 26-24) 승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두 사령탑은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먼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감독에게 여성 지도자와 상대한 소감을 묻자 "경기 내내 상대팀 감독이 여자라는 생각은 안 했다. 다른 경기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기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오랜만의 경기였지만 그래도 분위기 자체는 좋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여성 사령탑끼리 맞대결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직 그 정도 여유는 없다"면서 "(부임 후) 이제 두 경기 치렀기에 `경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뿐이다. 같은 여성이라기보다는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미 V-리그에 족적을 남긴 박 감독과는 달리 이 감독은 첫 시즌을 앞둔 새내기다. 그래도 은퇴 후 코치와 해설위원으로 꾸준히 현장과 호흡한 덕분인지 어색함은 없는 듯 했다.
"선수들이 감독님 같지 않고 선배님 같다고 하더라"고 운을 뗀 이 감독은 "내가 1996년에 은퇴했으니 20년 정도 됐고, 한유미는 19년차 선수다. 그렇지만 다른 배구는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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