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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자유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7/09/18 [14:49]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북위 38도선에서 일어난 전쟁이 BC 404년 막을 내렸다. 길고도 참혹한 전쟁이었다. 같은 민족이 두 개 진영으로 나뉘어 28년간 살육을 거듭했다. 최악의 인간만이 저지를 수 있는 `잔인`과 `사악`의 늪에 빠져버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파르타가 숱한 희생 끝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아테네가 패배했다`는 평가가 정확할 지도 모른다. 아테네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모두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아테네보다는 스파르타가 자유에 충실했다. 


둘 다 속내는 에게해의 헤게모니 쟁취였다.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자유`를 내세웠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동맹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노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함께 칼을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테네는 민주국가였다. 시민이 주인인 만큼 자유를 소중히 여겼다. 자유가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다. 개전 직후 아테네를 이끈 페리클레스는 `행복의 조건은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사자 추모 연설에서 "행복은 자유를 필요로 하고, 자유는 용기를 요구한다"며 "전쟁의 위험에 움츠러들지 말자"고 호소했다.


스파르타는 민주국가가 아니었다. 과두정치 체제를 고수했다. 왕과 귀족으로 구성된 원로원(Gerousia)이 실권을 행사했다. 스파르타는 체질상 자유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헤게모니를 위해``자유`를 내세웠다. 스파르타의 구호는 `그리스인의 자유`였다. 아테네의 지배를 받는 다른 도시국가들의 해방을 약속했다. 장기전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력이다. 돈이 없으면 무기는 물론 식량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전쟁 비용 부담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을 이끌었다. 아테네는 BC 490년 마라톤 벌판에서 페르시아를 무찌른 후 자연스레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리더로 떠올랐다. 하지만 도시국가들의 공동기금은 델로스에서 관리했다. 그래서 `델로스 동맹`이라고 불렀다. 아테네는 공동기금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옮겼다. 델로스 동맹은 `아테네 동맹`, `아테네 제국`으로 변질됐다. 다른 도시국가들에게 조공도 요구했다. 아테네는 그리스인들이 그토록 혐오했던 페르시아 제국을 닮아갔다.


동맹에서 탈퇴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밀로스(Melos)가 동맹 탈퇴를 시도하자 아테네는 `잔인`과 `사악`으로 대응했다. 성인 남자는 한 명도 남김없이 죽였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아버렸다. 반면 스파르타는 한 수 위였다. 페르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였지만 같은 도시국가들에게 조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치권(自治權)을 약속했다. 델로스 동맹 소속 국가들이 앞다퉈 스파르타 진영에 합류했다.


시소는 스파르타 쪽으로 기울었다. 아테네는 마침내 굴욕적인 조건 아래 항복했다. 스파르타식 과두정치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방어용 성벽을 무너뜨렸다. 아테네 시민들은 과두정치를 혐오했다. 트라시불로스를 비롯한 상당수 지도층 인사들이 이웃나라 테베로 망명했다. 이들은 불과 1년 후 아테네에서 스파르타 군사들을 내쫓고 민주정치를 복원했다.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도 되찾았다. 후세 사람들은 스파르타보다는 아테네를 높이 평가한다. `자유`를 존중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유`와 `자율`은 행복의 기본 요건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분권을 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위 지자체에 대한 재량권 보장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특정 정책을 추진할 수 없도록 막는다면 `자치(自治)`는 무력화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지원하는 교부금 총액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런 견제장치가 없다면 지방재정은 금새 거덜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 정책에 대한 개입과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자치는 국민 행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중앙정부의 일률적 행정보다는 지역 주민의 요구를 보다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타율(他律)보다는 자율(自律)이, 통제보다는 자유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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