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황금비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백과사전을 찾아 깊이 있게 접근해 보니 `고대로부터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인류가 발명한 가장 완벽한 수학 원리로 얘기되는 이 비율은 황금비, 또는 황금분할이라고도 한다.`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기하학자인 `유클리드`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황금비율을 꾸준히 연구해 실생활에 접목시켜 왔다.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수치적 근사 범위를 가장 이상적으로 나눈다는 이 황금분할의 사례를 생생하게 접하고 감동한 일이 있었다.
객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아이가 주말을 맞아 모처럼만에 집에 다니러 왔다. 연일 청년실업률의 고공 행진 속에 알바니, 비정규직이니 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어수선한 시기에 딸은 다행히도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도전 끝에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주변에 다른 집들 눈치 보느라 내색을 못하고 꾹 눌렀다. 다행히도 전공을 살려 취업한 딸은 본연의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처음 몇 달 간은 휴일도 없이 일하느라 집에 다니러 오지 못했다.
근래 두어 달 발걸음이 잦기에 여유가 있어 보여 그동안 안쓰러웠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것도 잠시, 내년에 승진 시험이 있어서 곧 대비해야 된다고 했다. `이제 또 멀어지겠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주기로 마음먹으니 오히려 대견하고 흐뭇했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이런저런 얘기로 꽃을 피웠다. "근데, 엄마!" 갑자기 딸이 정좌를 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뭔가 획기적인 얘기가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엷은 미소 속에 차분하게 피력한 대화의 요지는 대충 이랬다.
회사에서 상반기 성과상여금 책정이 있었는데 딸이 속한 팀이 성과가 제일 좋아 소정의 액수를 배정받았다고 했다. 팀원 네 명이니까 공평하게 나누기 4를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팀장이 본인은 빼고 나머지 3명이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 다음날까지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다 같이 노력한 결과인데 그건 아니라고 팀원들이 극구 말렸지만 그는 끝까지 고사를 했다. 하는 수 없이 3명이 머리를 맞댔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딸이 먼저 3등분 균등분배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데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저들 둘이서 50%를 나누고 나머지 50%를 딸 몫으로 할당을 한 것이었다. 이 무슨 황당한 셈법인가? 딸은 펄쩍 뛰었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항변을 했는데도 둘은 끝까지 굽히지를 않았다. "우리 팀이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네 공로가 제일 컸다. 우린 그걸 너무도 잘 안다." 더 이상 이의를 달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결국 딸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얘기를 마친 딸의 얼굴은 평온했다. 나는 쉽게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희열과 감동이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햇병아리 초년생들, 마냥 어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어디서 그런 아량과 기지가 나왔을까? 감동적인 나눔의 사례를 접하면서 어른인 나는 부끄러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러 안달하며 탐욕에 눈이 멀어 아등바등 거렸던가? 진정한 나눔과 양보가 어떤 것인지 몸소 일깨워 준 어린 딸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엇보다 지혜롭고 훌륭한 팀장이 있었다. 그와 함께하는 팀원들이 그런 나눔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를 챙기고 양보하고 아끼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 그 회사의 미래를 본다. 그런 회사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뜻을 펼치는 딸이 자랑스럽다. 1:1:2 황금비, 아름다운 나눔은 무한한 감동을 안겨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