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당방위의 좁은 문
 
양민규 정성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기사입력  2017/10/12 [14:28]
▲ 양민규 정성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흔히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고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갑작스럽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결국 자신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형법 제21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반상식과는 달리 이 정당방위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의붓아버지에 의해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아 오던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범행을 준비하여 의붓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도 떠들썩했던 이 사건에서 위 여성과 남자친구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 사건에서 우선 문제가 된 부분은 과연 이러한 의붓아버지의 성관계 강요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느냐는 부분입니다. 법문상의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문자 그대로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침해가 발생한 경우"라고만 한다면 위 경우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상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될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오히려 대법원에서는 위 여성과 남자친구의 행위에 더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공모하여 범행을 준비하고 의붓아버지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렀는데,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고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인 것을 인정하더라도, 방위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판례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처남이 술에 만취하여 누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누나의 머리채를 잡고 때렸으며, 당시 누나의 남편인 매형이 이를 목격하고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남은 85kg 이상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반면 매형은 62kg의 마른 체격이었는데, 처남이 매형을 침대 위에 넘어뜨리고 매형의 가슴 위에 올라타서 목부분을 눌렀습니다. 그러자 호흡이 곤란하게 된 매형이 그 곳 침대 위에 놓여 있던 과도로 처남에게 상해를 가하였는데요. 이 경우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방어의 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 걸까요? 최근 광주고등법원에서 이를 짐작할만한 판례가 나왔습니다. A씨는 B씨와 시비 중 B씨의 멱살을 잡아당긴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당시 A씨는 B씨로부터 멱살을 붙잡혀 위험한 철제 난간으로 밀어붙여진 상황에서 B씨의 멱살을 잡았는데요, B씨는 A씨보다 신장이 17cm나 크고 체중은 26kg이나 많이 나가는 등 체격이 크고 힘도 훨씬 센 사람이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이런 점을 봤을 때 A씨가 공격의 의사를 가지고 B씨의 멱살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했습니다. 이런 대법원 판례 입장대로라면, 정당방위가 되기 위해서는 공격의사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유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공격의사가 있었는지는 결국 방위자의 행동에 따라 판단하는데, 판례대로라면 칼을 찔러서는 안 되지만 멱살을 잡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일반적인 상식에 비해 법원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당방위를 통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을 수 있으려면 정당방위의 문을 좀 더 넓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0/12 [14:28]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