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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연휴와 `웃픈 명암(明暗)`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0/16 [15:40]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추석 연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은 그렇게 빨리 흐르고 우리는 다시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돌이켜보면 긴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효과까지 겹친 이번 추석 귀성은 교통 체증으로 꽤 힘들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 틈에 끼어 느릿느릿 나아갈지라도 우리는 각자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사상 최대 인파가 움직였다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 젊은이가 있고,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다 홀로 명절을 보낸 부모가 있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族), 혼자 술 마시는 혼술족이 유행하더니 마침내 `홀로 추석을 지낸다`는 뜻의 혼추족까지 생겼다. 명절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혼추족이 되어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 문제를 꼽는다.


변변한 직업이 없어 결혼의 기쁨도, 아이 낳아 기르는 재미도 누리지 못하니 서럽고 괴롭다. 그런 처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말이 부담스러워 고향을 외면한다. 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로 바쁜 삶이 고향으로 향하는 청년의 발길을 잡는 것이다. 취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20대 실업자 비중이 역대 최고를 찍었다니 이해가 간다. 지난 8월 20대 실업자는 39만명이었고 이중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7만2천명이었다. 20대 전체 실업자의 18.5%가 취업 자체를 해본 적이 `순수 실업자`인 셈이다. 우리 주위엔 황금연휴를 잊은 청춘들이 너무나 많다. 열흘간 쉰다는 게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특히 59개 공공기관의 첫 합동채용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이번 연휴는 휴식이 아니라 마지막 담금질 시간이었다.


이번 합동채용으로 3000∼4000명이 취업할 것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사제ㆍ추기경으로 지내던 시절 실업자를 많이 만났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자리가 가족을 이어주는 끈임을 강조하면서 "내가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많이 벌고 적게 벌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언론인과의 대담집인 <교황 프란치스코>에서 교황은 노동을 부모 자식 간 불화 해결 방법으로 꼽기도 했다. 반면 실업에 따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섣불리 복지에 의존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며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 놓은 일부 국가에서 모든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근무 일자나 근무 시간을 줄이지만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다. 필자도 `분배정책` 보다는 `성장정책`이 현실적이란 결론에 동의한다.


지난주 끝난 `열흘 연휴`는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성을 가짐을 확인 시켜주었다. 여행업계는 꽉 찬 예약손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ㆍ자영업자ㆍ영세 중소기업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단비가 우산장수에는 웃음을 주지만 짚신 장수에게는 악재가 되듯 긴 연휴는 울고 웃는 대한민국의 `웃픈 명암(明暗)`이란 생각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꿈만 같던 연휴가 끝이 났다. 즐거웠던 만큼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힘겹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무기력증과 업무의욕 상실, 극심한 피로감, 우울감 등을 들 수 있다. 바로 길었던 `휴가 후유증` 때문이다. 보통 여름휴가 이후 많이 겪게 되지만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길어 많은 이들이 때 아닌 휴가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상이 예상된다. 휴식이 꿀맛인 것은 돌아갈 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추석엔 더 많은 청년이 떳떳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서 가족과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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