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른손만큼 가까운 왼손처럼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7/10/16 [15:41]
▲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필자 어린 시절 울산 남구 여천오거리의 가스충전소 뒤편 높은 언덕에 여천초등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유명해진 신화마을과 비슷한 높이로 마주보던 그 초등학교를 큰 누나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이 졸업해 동문이 됐다. 그 학교는 지금의 여천초등학교 자라로 이전했고 지금까지 그 곳을 지키고 있다. 필자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오랜 세월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애로사항인 것은 초중고 동창생들의 모임이나 행사가 항상 일요일과 겹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행이나 동창들의 연중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아쉬운 대로 스마트폰으로 동창생들의 모임에 가입돼 있는데 거의가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별세했다는 부고소식이 대부분이다.


어느 날 한 동창생의 부고장이 날아들었다. `아니 50도 안된 나이에 벌써...`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마치 나의 일인 듯 황망(慌忙)했다. 그럴 때면 오른손만큼 가까운 왼손처럼 삶과 죽음은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천초등학교와 부곡에 있던 대현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그의 삶이 이렇게 짧다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장례식장으로의 발걸음이 잦다. 나이든 분들의 장례식도 당사자들에게는 진득한 아픔을 동반하는 별리(別離)의 과정이며, 중년의 질병으로 인한 병사(病死)나 갑작스런 사고사도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만큼 가깝고, 삶은 한 순간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죽을 준비를 한다는 것은 터부시되며 불문율처럼 인식된다.


탤런트 박원숙은 추석특집 `같이 살아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날마다 일기처럼 유서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같이 출연했던 여배우도 상실의 뼈아픈 아픔을 반추했다. 그녀는 언니의 딸과 같이 지내다가 어느 순간 힘들게 느껴져 어렵지만 입을 떼며 말했다. "얘, 너는 영어도 잘하니 무역회사에 취업하는 게 어떻겠니?" 하면서 제안했고, 그 말대로 이루어져 언니의 딸은 동남아에 취직하게 됐다. 그런데 그만 교통사고로 34살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고 말았다. 그 부고소식을 듣고 "같이 살았더라면 사고를 면했을 텐데...말레이시아에 가서 화장했다"고 하면서 심한 자책을 했다. 여배우의 얼굴에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가득 흘러내렸다.


사람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결과는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들이 허다하다. 영화나 소설처럼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우리의 결단이 달라질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삶의 페이지마다 잔잔한 일상으로 전개돼 행복과 낭만과 재미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갑작스런 재난의 폭풍우가 몰아쳐 혼비백산 놀라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런 위기 때 인생의 지략과 방법으로는 뾰쪽한 묘책이 없으면 사람들은 미신을 찾거나 종교적 분위기에 기대게 된다. 새봄에 그렇게 싱그럽던 꽃들은 낙화유수요 여름의 푸르른 신록은 가을에 단풍진 잎새로 변해 한 장 남김없이 떨구어진다. 가을들판의 추수하는 장면에서 인생의 황혼을 헤아려보게 되는 이즈음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를 읊조리게 된다. "오른손만큼 가까운 왼손처럼 죽음이 우리와 가깝습니다. 삶의 종착역이 죽음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시발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외투에서 은혜를 꺼내어 지상의 우리들에게 넉넉한 선물로 내려주소서!"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0/16 [15:41]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