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정신의 한 모서리 단단히 자리를 튼 매미 한 마리 사시사철 귀 속에서 울어대지
언제 집을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달팽이관에 집을 지어 밤 낮 고달픈 노래를 불러주지 태풍처럼 휘둘렸을 정신의 끝자락에 붙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일상처럼 진부한 노래를 불러 주고 있지
기약 없는 동거라지만 이명의 화음이 환청처럼 익숙하여 생이 이토록 단조로운 음에 편향된 줄 몰랐지 정신의 한가운데 방목 되여 울림판만 있고 날개를 잃어버린 가냘픈 매미, 언젠가 자유로이 날아가겠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새끼 매미가 부화하여 점점 자라났는지. 귓속 음이 성장하여 내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또는 살아가면서 신경 쓸 일이 어디 한두 가지 이었을까. 정신을 붙들어 매려고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이윽고 같이 동거하는 운명이란 것을 알았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운명처럼 껴 안고가야 할 일이라면 잘 달래서 같이 가야 할 일이다. 이를 깨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지혜로운 삶을 얻게 되는 것일까. 이제 매미가 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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