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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화암동굴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7/10/18 [17:55]

황금을 품었던 산의 상처는 깊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산정은
속내를 감춘 채 말이 없다 
서늘하고 가파른 수천 계단,
꼬이고 뒤틀린 내장을 타고 내려온다
막장의 뚫림 만큼이나 난청이 된 산,
금빛 욕망이 닿은 지하 수백 미터,
그들이 쓰다 버린 환상을 만져본다
구석구석 광부의 어둡고 축축한 흔적들
포도청 같은 미로를 파 내려가는 동안
산의 공복은 더해가고 
막장 구석구석 생을 구겨 넣던 광부들,
곤드레 비빔밥으로 허기를 메웠으리라

 

속을 다 내어준 산은 이제 
사람들을 삼키며 허기를 채우지만
폐병으로 홀로 남은 아라리 여인들
판자촌 위 노을빛이 서럽다

 


 

 

▲ 이성웅 시인    

가끔 머리를 비우러 강원도 정선을 들리곤 한다. 가파른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쩍 벌린 화암동굴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동굴의 화려한 빛과 금맥을 찾아 수백 미터를 파내려간 컴컴한 막장은 곤드레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운광부들의 땀과 미로의 꿈이 엉켜 있는 듯 가슴이 먹먹했다. 수천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어느듯 동굴의 황문으로 빠져 나오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곤 했다. 황금을 품은 산의 상처는 이처럼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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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8 [17:5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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