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품었던 산의 상처는 깊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산정은 속내를 감춘 채 말이 없다 서늘하고 가파른 수천 계단, 꼬이고 뒤틀린 내장을 타고 내려온다 막장의 뚫림 만큼이나 난청이 된 산, 금빛 욕망이 닿은 지하 수백 미터, 그들이 쓰다 버린 환상을 만져본다 구석구석 광부의 어둡고 축축한 흔적들 포도청 같은 미로를 파 내려가는 동안 산의 공복은 더해가고 막장 구석구석 생을 구겨 넣던 광부들, 곤드레 비빔밥으로 허기를 메웠으리라
속을 다 내어준 산은 이제 사람들을 삼키며 허기를 채우지만 폐병으로 홀로 남은 아라리 여인들 판자촌 위 노을빛이 서럽다
가끔 머리를 비우러 강원도 정선을 들리곤 한다. 가파른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쩍 벌린 화암동굴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동굴의 화려한 빛과 금맥을 찾아 수백 미터를 파내려간 컴컴한 막장은 곤드레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운광부들의 땀과 미로의 꿈이 엉켜 있는 듯 가슴이 먹먹했다. 수천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어느듯 동굴의 황문으로 빠져 나오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곤 했다. 황금을 품은 산의 상처는 이처럼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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