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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회 > 낮달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0/22 [14:50]

평생을 낫질만 하던 아버지가
화단에서 가을볕을 쬐고 있는 금잔화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아버지의 휜 허리 위에 낮달이 떴다
그해 여름
허리를 다친 아버지가 눕고 말았다
소꼴을 벨 수 없는
아버지의 낫은 망촛대 보다 더 심란했다
나는 날마다 학교가 파했다 하면 소꼴을 베러
들로 산으로 나갔다
소꼴을 베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져가야 할 숙제 퇴비증산을 위해서
짧은 여름밤 모깃불을 위해서
풀을 베야 했다
낫질이 서투른 나는 그때마다 손가락을 베곤 했다
낫자국들이
눈썹달이 되어 생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세월의 하늘에 걸린 낮달이
아버지의 등처럼 휘어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달은 초승달이건 보름달이건 은은한 빛으로 밤을 밝힌다. 태양처럼 찬란하거나 정열적이지도 않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상을 향해 묵묵할 뿐이다. 세상이 잠든 밤에 뜨는 달은 사색을 하게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달은 바라볼수록 지난날들을 불러낸다. 첫사랑과 함께 본 달을 생각나게 하고 삶의 고달픔을 나누던 달이 가슴에 뜬다. 달은 고향으로 달려가게 하는 힘이 있다. 달 속에는 어린 날의 추석이 있다. 풍요와 너그러움과 여유가 있어 추억이 꼬리의 꼬리를 물게 한다. 달은 한쪽 편만 들지 않는다. 울고 싶은 사람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행복에 겨운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너도 바라보고 나도 바라본다. 달은 불만을 모른다. 특히 낮달은 기쁨이나 슬픔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낮달을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낮달은 제 몸을 부풀리면서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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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2 [14:5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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