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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문화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기사입력  2017/10/26 [17:06]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가을이 조용히 자리 잡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SNS 광고를 통해 웹 만화 한편을 받아보게 되었다. 만화를 그다지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연재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기회가 되면 읽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에 때마침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원제는 `쇼타의 초밥(將太の寿司)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매거진 스페셜과 소년 매거진 스토리에 연재수었다. 그 뒤에 드라마로 만들어 졌으며, 우리에겐`미스터 초밥왕`으로 익숙하다. 작가(데라사와 다이스게)는 요리전문가가 아니었지만, 초밥을 모티브로 하면서 극의 구성은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유발시켰다.


대략의 줄거리는 "주인공 아버지가 운영하던 초밥가게가 악덕기업 `사사초밥`의 횡포 때문에 가게운영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에 맞선 주인공 `세키구치 쇼타`는 몰락해 가는 시골 초밥집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여 아버지를 도와 지켜낸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쇼타`는 유능한 초밥 요리사를 자연스럽게 꿈꾼다. 그러던 중 그는 가정형편상 고교를 중퇴하고 17세의 나이로 도쿄 초밥 명점 오오토리(봉황) 문하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초밥 요리사 경연대회`를 출전하여 억척스러운 노력으로 초밥왕에 오르고 천재 요리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90년대 초 일본에선 초밥을 대중적인 외식 요리로 즐기던 문화와 요리사를 꿈꾸던 사람들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투영돼 인기를 얻는다. 흥미진진했던 그 열기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전해진다. 마침내 서울의 한 고급 호텔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소개될 정도였다. 작품의 내용도 요리지식은 물론 조리과학이나 조리원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교과서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오류도 다수 발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들도 있다. 무엇보다 도제식교육으로 이루어지는 엄격한 요리사 수련과정의 단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오오토리초밥의 원칙 `눈으로 훔쳐라`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인문학 포인트이다.


`키덜트(kidult)`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이르는 말로, `어린이 키드(kid)`와 `어른 어덜트(adult)`가 합쳐진 말이다. 키덜트가 명사로 최초 등장하는 시기는 1988년이다. 그 당시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성인처럼 행동하는 어린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키덜트에는 `성인처럼 꾸미는 10대`를 뜻하는 말과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에 누렸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성인`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삶이 날로 각박해지면서 어렸을 적  감성이나 생활을 동경하게 되고, 정서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하는 삶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년시절 즐기던 만화, 게임, 장난감, 복장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를 이른다.

 

이들의 특징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이러한 문화를 추구하는 일부 어른들의 욕구가 디지털 문화와 맞물리면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키덜트 문화는 이미 중요한 생활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백화점, 완구점, 영화관, 인터넷 쇼핑몰에서 키덜트를 위한 특별히 제작한 캐릭터 의류, 액세서리, 장난감, 만화영화 등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취미로 여겼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을 수집하고 전투기, 장갑차, 항공모함 등의 실물축소 모형의 프라모델과 레고 조립에 흥미와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키덜트가 키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직접 부품을 깎고 색을 입혀 만드는 등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화 열풍은 국내 축제 행사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엄마아빠 어릴적에`, `추억의 교실`등 80~90년 학교교실을 재현한 곳을 찾거나 교복입기 체험 등에 흥미를 갖는 60~70대 신중년도 외예가 아니다. 2014년부터 서울에서 시작한 서울 키덜트 페어는 한해 참석자만 5만여 명이 넘는다. 이미 키덜트 산업의 성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곳 울산과 가까운 경주에도`키덜트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지난 22일 부산의 유명 백화점에선 전문매장을 개장하며 키덜트 문화계층을 소비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규모만 해도 연간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니아층이 두터운 레고와 건담 매장의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등 일부 제품은 구입가보다. 두 세배 이상을 줘도 구입을 못할 정도로 `키덜트 문화 재테크`도 각광받고 있다는 귀띔이다. 이러한 키덜트 문화의 성장배경에는 어린 시절 향수나 추억뿐 만이 아니다. 30~40대의 경제력과 자신의 삶을 중요시 하는 욜로족(YOLO : You Only Live Once)의 출현과 1인 가구 증가 등 우리사회 생활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꼽고 있다. 신 중년에 받아든 웹 만화의 매력은 유년시절에 읽어왔던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가볍고 빈약하게 치부하고 넘겨왔던 만화책장 속에서 인문학의 향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울러 키덜트 문화의 매력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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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6 [17: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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