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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귀향
 
이성웅 시인   기사입력  2017/10/31 [14:15]

꿈꾸던 초원은 느닷없이 오는 것일까

 

목숨을 애걸하지도
결단코 무릎을 꿇지도 않는 의연함을 본다 
털썩거리는 포터 위의 암소 두 마리,
한 번도 풀을 뜯어 본적이 없어   
아득한 초원으로 가는 길은 낯설다 

   
꼬리를 물고 가는 행렬 속에서
묵묵히 도로 위의 풍경을 주시하다
출근길 꽉 찬 버스 안을 힐끗 처다 본다
초원으로 동행하는 일행으로 여겼을까 
서로의 질문에 머물다 고개를 돌린다


꼼작 달싹 할 수 없는 몸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한다 
차가 쏠릴 때 마다 서로 부대끼며  
생의 중심을 되잡아 선 저 다리와
내 다리의 행간


살기 위해 버티어 서기는 매한가지지만 
소가죽을 신고 있는 내 발이 저리다

 


 

 

▲ 이성웅 시인    

내가 소를 무척 좋아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송아지가 태어나듯 유년의 나도 같은 시골집 마당을 소와함께 공유했고 산에 소먹이기, 소 풀베기, 소죽 끓이기 이 모두 내 몫이지만 한 번도 불평을 한적 없었다. 누렁이 소의 순한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읽을 수 있었고 누렁이는 아버지나 나를 한 번도 속이거나 배신한 적 없이 농사일도 송아지 낳는 일도 어김없이 제 때 학비를 보태 주었다. 어느 날 출근버스에서 팔려가는 누렁이 소의 난처함 눈빛을 보았다. 도살장 가는 길인 것 같았다. 한 때 소 장날 아버지께서 술이 만취하여 돌아오셨는데 눈덩이가 퉁퉁 부어있었다. 누렁이를 팔고 온 날이었다. 그 날 텅 빈 외양간에 주저앉아 나도 종일 울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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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31 [14:1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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