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KBO 한국시리즈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의 5차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양현종(29)이 팀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6으로 신승했다. 시리즈전적 4승 1패가 된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1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KAI가 6회 7-0의 리드를 가져갈 때까지만 해도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7회 두산이 대거 6점을 뽑아내는 대반격에 나서면서 승부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두산의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만을 남겨 놓고 KIA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현종은 지난 26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22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1-0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시리즈가 6차전으로 이어지면 선발 등판이 예정됐던 양현종이 완봉 역투 후 불과 나흘 만에 마운드에 선 것이다.

선발도 아닌 마무리라는 중책을 떠안은 양현종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오재일을 외야 뜬공으로 잡았지만 내야진의 수비 실책까지 이어지는 등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한 방이면 충격의 역전패는 물론 6차전 등판여부도 알 수 없어 시리즈의 판도까지 바뀔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김기태 감독과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두 타자를 모두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팀의 1점차 승리를 지켰다.

KIA는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내주고도 내리 4연승하며 패권을 차지했다.
  양현종은 그 승리의 시작과 끝을 직접 만들어냈다.

KIA의 이번 우승의 최대 분수령은 양현종의 2차전 완봉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현종의 투혼에 자극 받은 KIA 선수단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5차전에서 매듭지었다.

더욱이 양현종은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까지 올리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 MVP 역시 양현종의 차지였다.

양현종은 2경기에 등판해 10이닝 무실점하며 1승 1세이브를 거뒀다. 기자단 투표에서 74표 중 48표를 얻어 24표에 그친 팀 동료 로저 버나디나(이범호 2표)를 제쳤다.

5할이 넘는 고타율을 자랑하며 팀 공격을 이끈 버나디나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시리즈 전체 흐름을 바꿔놓은

양현종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했다.
양현종은 트로피와 함께 KIA의 스포츠세단 스팅어(3910만원 상당)을 부상으로 획득했다. KIA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을 타진하던 양현종을 붙잡았다.

이례적으로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 1년 뒤에는 양현종의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KIA의 V11을 위해 1년 더 팀에 잔류하게 된 양현종은 두산의 강타선을 잠재우며 우승을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6차전을 가게 되면 스스로 부담이 됐을 거 같다. 두산이 7-6까지 따라와서 분위기가 두산 쪽으러 넘어갔었다"며 "분위기 잠재우기 위해서 오늘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등판하게 되면 열심히 던지려고 했다. 컨디션도 좋았다. 하늘의 기운이 많아 따랐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