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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회>망경 뜰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1/05 [14:17]

김제 망경 넓디넓은 뜰을 보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논 가운데서 굽은 등을 낫으로 베고 있다

 

자식들 모두 대처로 떠난
가을 한가운데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랫동안 밀레의 만종이 된다

 

어둠을 당겨 아버지와 어머니가 흙 묻은 장딴지를 싸들고 돌아올 때
사는 일은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고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돋아난다

 

고봉밥 같은 김제 만경 뜰에 쏟아지는 것들은 모두 금싸라기였다

 


 

 

요즘 들녘은 콤바인이 탈곡해서 부대에 담아주기까지 한다. 천 평이 넘는 논에서 벼를 거둬들이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하다고 하니 실로 격세지감이다. 예전에는 논에 엎드려 낫으로 한 포기씩 베느라고 허리가 휘고 어깨가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이제는 살기 편해졌고 물질적 풍요가 인간들을 즐겁게 해 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세상은 나빠져 간다고 여기저기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것은 교육이 제 할 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온갖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열을 중시하고 아부와 야합은 물론 남을 짓밟고라도 출세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이나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정치꾼을 양산하고 있다. 이제 마음의 창문을 열어라. 멀리 들녘이 보인다. 기분 내키면 버스를 타고 무작정 떠나라. 가을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록 내가 심어놓은 벼가 아니더라도 조랑조랑한 황금알을 보면 배가 부르고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바라보면 입안에 침이 고일 것이다. 가을 들녘에 서면 땅의 노랫소리 들려온다. 열린 귀를 더 크게 열면 가을 들녘이 모두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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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5 [14:1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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