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 중반의 생을 살다보니 모자람의 아픔도, 넘침의 위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헷갈린다. 지난 달, 12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열린 `생명과학 강연`에서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생명공학과 조지 리틀존 교수는 "2030년이 되면 세계인구가 83억명이 된다. 50%의 음식물이, 30%의 신선한 물이, 50%의 에너지가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폭풍 전야와 같다."며 앞으로 13년 뒤 벌어질 지구촌 생태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에 반해 KTV는 올해 신년특집에서 `지난해 국내 출생 아동이 역대 최저인 40만6천명까지 떨어졌다. 합계출산율도 1.24명에서 1.17명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결혼 건수 또한 역대 최저 수준이어서, 올해 신생아 수가 4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실제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2032년부터는 총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우리 경제ㆍ사회 전반에 `인구절벽` 쇼크가 몰아치는 재앙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만다고 했다. 조지 리틀존 교수가 인구 과잉으로 인해 앞으로 지구가 감당해야 할 재앙적 위기를 경고한 반면 국내 TV는 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을 경고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5일 "8월 전국 출생아가 3만200명으로 작년 8월보다 10.9%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년 8월 기준 2000년 5만163명이었던 출생아가 2002년 이후 3만 명대 중후반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만 명대 초반으로 내려왔고 올해 3만200명으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시도별로 부산의 감소율이 13.9%로 가장 높았고, 서울 13.8%, 인천13.4%, 울산ㆍ전남이 13.3% 순이었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하면 울산이 전국에서 3번째로 출산율 감소가 높은 셈이다. 내가 섬기는 울주군 삼남교회에도 유치부가 없어진지 몇 해가 되었다. 가장 어린 아동이 초등부 5학년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어린 아이를 안고 나오는 젊은 엄마들을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에 없다. 최근 한 일간지는 세계 경제포럼 144개국 중 한국의 성(性) 평등이 118위라며 지난해 116위에서 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인구 위기를 넘어 재앙의 차원에 들어 섰다면서도 이에 대한 아픔의 표현이 없다. 고작 하는 일이 출산율 증가 대책 정도다. 남녀 性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취업ㆍ사회적 모순 등에 대한 근보적인 처방은 없이 껍데기 핥고 있는 형국이다. 1997년 당시 세계최고의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가 딥 불루라는 인공지능과의 게임에서 인류최초로 패배한 뒤 `딥 씽크`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인류 최초의 패배를 복기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안전장치와 더불어 용기가 필요하다.
20년 전 딥블루와 마주 않았을 때, 낯설고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중략) 하지만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충격에서 수용으로 넘어가는 흥미로운 시간동안 우리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서 있어야한다. 그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길 수 없다면 함께 가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밖으로 , 위로,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리도 당장 작년 대비 올해 8월 출생아가 10.9% 감소했다는 사실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나 혼자가 아닌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이젠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기도하고 아파하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할 때가 되었다. 울산의 인구 감소율이 전국 3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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