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사이로 더딘 새벽이 온다
동트기 전, 세 들어 사는 사내의 무거운 걸음을 벚나무가 듣는다
주전으로 가는 굴다리 난간에 엉덩이를 밀어 올린 낡은 신발들 모서리로 날아든 시든 꽃잎들이 시장을 만든다
휴일 없는 일요일 새벽 삼동을 건너 온 바람의 칼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귀볼 움츠린다
어제도 월세 독촉을 받아 언제 날개를 펼지, 죽지 속으로 파리한 손을 끼고 흙 묻은 엉덩이를 난간에 밀어 넣고 아이에게 쥐어 줄 단팥빵을 생각한다
바람에 잔가지 부서질 때마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주려나, 언제? 귀를 쫑긋 새우며 보내는 난독증의 시간
그의 새벽은 안개주의보 창문에 비친 움, 벚꽃이 곧 피겠다고 신발 끈을 다시 묶는 허씨가 평화국밥집 따순 국물을 꼬르륵 들이키는 소리,
해마다 연말은 취업의 계절이다. 취업은 바늘구멍보다 좁다고들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취업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취업난, 눈을 낮춰라 그러면 자리가 있을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 것 또한 어렵다. 여기 굴다리 난간에서 취업을 기다리는 이가 있다. 안개주의보가 있는 일요일 새벽에도 인력시장에서 하루치 일 꺼리를 찾는다. 몸은 무겁고 쉬고 싶지만 아이에게 줄 단팥빵을 생각해야하는 날품팔이, 그래도 희망은 있다 봄이 오는 내일은 좀 더 나은 삶이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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